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탄소중립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가운데 새로운 탄소중립 수송에너지인 '이퓨얼(e-Fuel·재생합성연료)'이 완성차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퓨얼은 자동차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모아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 '꿈의 연료'라는 별명도 붙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슈퍼카의 대명사로 꼽히는 완성차 업체 포르셰는 이퓨얼을 생산하는 HIF글로벌에 7500만달러(약 91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포르셰는 HIF글로벌의 지분 12.5%를 획득하게 됐다.

포르쉐가 투자하는 이퓨얼. /조선DB

HIF글로벌은 칠레 파타고니아에 건설된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탄소중립 연료를 생산한다. 포르셰는 작년에도 파일럿 플랜트 설치를 통해 탄소중립 연료 13만 리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포르셰는 이퓨얼 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에는 이퓨얼 5500만리터(L), 2026년에는 5억5000만리터까지 생산할 수 있다.

포르셰 외에도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이 이퓨얼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아우디는 2017년부터 이퓨얼 연구 시설을 설립하고 자동차 연료로 쓰일 수 있는 e-가솔린과 자동차·선박의 연료로 쓰이는 e-디젤 등의 탄소중립 연료 생산 및 엔진을 실험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인 도요타와 닛산, 혼다는 2020년 7월 탄소중립 엔진 개발을 위해 이퓨얼 공동 연구 계획을 발표했다.

이퓨얼은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다. 석탄·바이오매스·천연가스 등 탄소자원을 원료로 탄화수소 합성 공정을 통해 제조한 합성연료 중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와 탄소자원을 합성해 제조한 친환경 연료다. 생산 공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합성 후 차량 내에서 연소해 재배출하는 방식을 통해 포집된 탄소와 배출된 탄소가 상호 상쇄되는 원리다.

이퓨얼을 만드는 기술이나 안정성은 어느정도 완성된 수준이다. 독일에서 1925년 개발된 피셔-트로프슈(Fischer-Tropsch) 공법을 활용해 공정만 완비되면 제조할 수 있으며 수차례 실전 테스트도 통과했다. 지난해 1월 네덜란드 국적기 KLM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여객기에 세계 최초로 합성 연료를 탑재해 비행에 성공했다.

친환경 엔진과 연료 공동개발에 나선 현대차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킹압둘라과학기술대 관계자들. /현대차 제공

이같은 흐름 속에 국내에서도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4월 3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퓨얼 연구회를 발족해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등도 이퓨얼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인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KAUST)과 초희박 연소 엔진 및 이퓨얼 공동연구 협약식을 갖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이퓨얼의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이퓨얼의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인데,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도 약 두 배 비싼 수준이다. 이퓨얼 제조를 위해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이 큰 탓이다. 또한 이퓨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력 에너지가 소모된다. 100㎞ 주행에 필요한 이퓨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103㎾h로, 동일한 조건에서 전기차는 15㎾h, 수소차는 31㎾h의 전력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