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와 노조 확대 등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구원하기 위해 ‘스타벅스 제국’을 일군 하워드 슐츠 명예회장이 5일 임시 CEO로 다시 등판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의 기대에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에 스타벅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임시CEO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슐츠 임시 CEO가 경영 일선에 재등장한 이날 스타벅스의 주가는 전장 대비 3.72% 하락한 88.0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복귀 소식과 함께 주가가 5.16% 오른 87.41달러로 장을 마감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주식 시장의 반응이 당초 기대와 다른 것은 슐츠 임시 CEO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사주 매입 중단을 통해 ‘직원과 매장에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 전임이었던 케빈 존슨 전 CEO가 지난해 10월 향후 3년간 200억 달러(약 24조266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형성된 주가 상승 기대가 무산된 것이다.

슐츠 임시 CEO의 이 같은 결정 밑바탕에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자금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확보해 노조의 급격한 성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종업원들 사이에서 업무 강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자 지난해 말 뉴욕주 버펄로의 매장에서 첫 노조가 결성됐고, 현재 미국 26개 주에서 140여 개 매장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소송을 거는 등 노조 결성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슐츠 임시 CEO의 최우선 과제도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노조 결성 움직임을 채찍과 당근을 통해 풀어내는 데 있다. 그는 지난 1987년 노조 결성 시도 당시에도 “내 리더십 하에서 직원들이 우려하는 바를 내가 잘 듣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러한 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노조는 필요 없다고 봤다”고 저서에서 밝혔다. 이번에도 직원 포럼에서 자신을 “반(反)노조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소수 매장에서 스타벅스를 노조가 있는 커피 대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 외에도 스타벅스는 임금 상승, 식자재 가격 상승 등에 직면했다. 850개 매장이 있는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슐츠 임시 CEO는 “회사가 단기간 분기 순이익과 주주들의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더 빠른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매장을 소비자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슐츠 임시 CEO는 초창기 스타벅스의 성장을 이끈 사실상의 창립자다. 1953년생인 그는 지난 1975년 복사기 판매업체인 제록스에 취직한 후 3년 만에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등극한 후 1979년 하마플라스트라는 가정용품 업체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지난 1981년에 우연히 스타벅스를 알게 된 그는 1982년 매장이 11개밖에 되지 않던 스타벅스의 마케팅 담당 이사로 이직했다. 스타벅스를 고객들이 매장에서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로 탈바꿈하려 했지만, 기존 경영진이 거부하자 따로 독립했다가 1987년 매물로 나온 스타벅스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1990년대 중반 연간 40~60%의 초고속 매출 신장을 이뤘고, 1992년에는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슐츠 임시 CEO는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2008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구원투수로서 등판했다. 연봉으로 기본급 성격의 1달러와 함께 일반적인 직원 수준의 복지만을 제공받고 위기의 스타벅스를 되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