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려 올 연말 1.75~2.00%, 내년 말 2.8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이날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연합뉴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낸 성명에서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2018년 12월 이래 3년 3개월만이다. 연준은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내렸고,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뒤 이를 유지해왔다.

연준의 이번 결정에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FOMC 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주장해온 불러드 총재는 마지막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올해 남은 6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도 모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을 예고했다. 매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올려 2023년 말까지 2.80%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후 모든 회의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라이브 미팅’의 성격을 띌 것이다. 금리를 좀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한 번에 0.50%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장은 공격적인 연준의 전망에 놀란 반응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FOMC 위원 절반은 올해 1~2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제시한대로라면 17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던 2004~2008년과 유사한 속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좀 더 유연성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너무 오래 기다렸다가 너무 많이 움직이는 전형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준의 단호한 입장엔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 예측치를 2.6%에서 4.3%로 대폭 상향 조정했는데, 해당 수치가 3%를 넘긴 것은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CIBC이코노믹스의 에이버리 센펠드 수석 경제학자는 이를 두고 “연준이 전면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도전장을 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연준은 이르면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범위를 확정했다. 최종결정·실행할 단계가 됐다”며 다가오는 5월 회의에서 “국채와 기관 부채, 주택저당증권(MBS)의 보유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긴축이 2017~2019년보다 “빠르게 시작되고 진행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연준의 현재 보유 자산 규모는 역대 최대인 8조9000억달러(약 1917조6300억원)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간 시행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지난주에 모두 종료했다.

연준은 또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2.8%로 낮춰잡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직전 4.0%에서 2.8%로 내렸고, 실업률 전망치는 3.5%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의 압박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75% 정도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