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DJI 매장. /김남희 특파원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가 미국 정부 제재 때문에 미국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게 됐다.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DJI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중국 소프트웨어의 기능이나 기술 수준이 아직 미국 회사의 기술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회사 피그마(Figma)는 12일 DJI에 이메일을 보내 계정 접근 금지와 서비스 제공 중단을 통보했다. DJI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미국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DJI는 피그마 소프트웨어 접근이 막혔다. 피그마는 DJI가 미국 정부 제재 명단에서 해제되면 다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DJI는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회사 화웨이와 함께 미국 정치권이 견제하는 대표적인 중국 기술 회사다. DJI의 전 세계 개인용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드론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기 때문에 외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민감하다.

중국 DJI의 매빅3 드론. /DJI

미국 정부는 DJI를 수차례 제재 명단, 즉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16일 DJI와 다른 중국 기술 기업 7곳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이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시와 인권 침해 활동을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미국 투자자들은 이들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앞서 2020년 12월 미국 상무부도 DJI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DJI는 미 상무부의 허가가 없으면 미국 제품을 구매하거나 미국 기술을 수입할 수 없다.

피그마는 웹 브라우저 기반 플랫폼으로,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들이 그래픽·프로토타입 디자인 등을 협력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2012년 설립 후, 지난해 6월 2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로 평가 받았다.

중국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들은 피그마 접근 금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DJI를 돕겠다고 즉각 나섰다. 제이에스디자인은 12일 피그마에 저장된 파일을 자사 플랫폼으로 옮기고 백업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란후 역시 피그마 파일을 전송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선전 증시 상장사인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원더셰어테크놀로지도 DJI 구애에 나섰다. 지난해 분사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도구 브랜드 픽소가 피그마 파일 업로드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고 12일 밝혔다. 원더셰어테크놀로지는 “외국 소프트웨어와 달리, 중국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중국 인터페이스와 서버로 중국 기업이 필요한 것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원더셰어는 외국 제품을 대체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국내 기업의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피그마 등 외국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란 평이 나온다. 중국 국내 생태계가 아직 초기 단계라 기능이 광범위하지 않고 범용성이 낮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