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전격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고 미 NBC뉴스 등 외신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SWIFT 결제망은 전 세계 은행 간 송금 시스템으로, 그간 서방이 검토해 온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로 꼽힌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로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방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를 SWIFT 결제망에서 전격 퇴출하는 내용의 금융 제재안에 합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영국 등은 이날 저녁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공격을 개시함에 따라 러시아를 국제 금융 시스템과 서방 경제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도록 고강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SWIFT는 1만1000개 이상의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결제 및 주문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전산망이다. 이 시스템에서 퇴출을 당한 국가는 외국으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 핵 옵션’ 제재로 불려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우선 선별 대상에 오른 러시아의 일부 은행은 SWIFT 결제망에서 즉각 배제된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은 6430억달러(약 774조5000억 원) 규모의 국제 보유고(International reserves)에 접근할 수 없게 돼 러시아 정부 재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다.

또한 일정 금액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발행하는 이른바 ‘황금 여권’ 판매도 제한키로 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나 부유층이 유럽 국가 등에서 거액의 돈을 내고 시민권을 획득해 해당 국가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내주 중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재 대상인 기관과 개인의 역내 자산을 파악하고 동결할 방침이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차단하는 내용의 금융 제재 조치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간 SWIFT 결제망 퇴출에 대해 “항상 선택지에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실제 조치에 대해선 고심해왔다. 러시아와 EU 주요 국가들이 금융 시스템 내 밀접하게 연결돼 자칫 유럽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産) 에너지와 원자재를 대량 거래하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부는 SWIFT 접근 차단에 대한 공개적 추진을 꺼려왔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미국과 유럽 동맹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하지만 러시아의 공습 강도가 높아지면서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기조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었고, 올라프 숄츠 독일 내각도 SWIFT 차단 조치에 대한 입장 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도 이날 독일 등 서방국이 SWIFT 제재안에 전격 합의했다며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새로운 조치로, 대러시아 제재 강도가 기존에 비해 크게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