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해 12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승인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호주매체 더오웨스트오스트레일리안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이 희토류 산업 분야 내 독점적 지배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ASM이 보유한 뉴사우스웨일스주 더보 지역 내 희토류 광산 부지.(자료사진) /ASM

보도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지난 2일 자국 희토류 기업인 헤이스팅스테크롤로지메탈이 서호주 개스코인 지역에 추진하는 양기바나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해 1억4천만 호주달러(약 1198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합의했다. 헤이스팅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리나스 희토류에 이어 2024년까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희토류 수출업체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 란타넘에서 71번 루테튬까지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 이트륨을 더해 총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용어다.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기차와 반도체, 스마트폰, 풍력발전용 터빈 등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핵심 광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시장의 60%를 점유했다.

매튜 앨런 헤이스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에 "헤이스팅스는 전기차 모터 영구자석 및 배터리 주요 원료인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의 글로벌 수요의 8%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공급망을 빠른 속도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의 대출 승인 직후 헤이스팅스의 주가는 8% 상승했으며 기업가치는 4억8000만 호주달러(4200억 원)를 넘어섰다.

그는 특히 기업가치가 80억호주달러(약 6조8400억 원)에 달하는 리나스와 양기바나 프로젝트의 생산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호주의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어티의 레그 스펜서 애널리스트는 "헤이스팅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한 희토류 개발 기업"이라며 향후 호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의미있는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이스팅스는 이번 개발 산업으로 채굴한 희토류가 유럽 전기차 산업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독일 철강기업 티센크루프와 부품 공급업체인 셰플러 테크놀로지 등 유럽 대기업들이 헤이스팅스의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다. FT는 호주가 지난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동맹) 결성에 이어 핵심 자원 경쟁에서도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자국의 5개 희토류 관련 기업과 기관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각국의 대중 견제가 확대하는 가운데 희토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자연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 희토류 채굴량과 제련량을 전년 대비 20% 늘려 각각 10만800톤, 9만7200톤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