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우리 돈 약 82조원을 들여 ‘스타크래프트’ ‘캔디 크러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유명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새 먹거리로 메타버스(Metaverse)를 점찍고, 특히 게임을 그 중심축으로 삼으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블리자드의 로고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 /트위터 캡처

MS는 2010년대 들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게임을 주목해 왔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스웨덴 모장을 25억 달러에, 지난해 ‘엘더스크롤’ 등을 보유한 베데스다의 모기업 제니맥스미디어를 75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MS는 ‘엑스박스’ 게임 콘솔 서비스 운영사이기도 한 만큼 이번 거래가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모바일, PC, 콘솔, 클라우드 등에 걸친 시너지를 통해 게임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와 소니에 이은 세계 3대 게임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문 CEO는 “엑스박스와 PC를 통해 가능한 많은 블리자드의 게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라고 했다.

MS의 이같은 행보는 크게 보면 사업의 중심축을 메타버스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똑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다.

세계 최대 PC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는 지난 수십년간 ‘윈도우즈’를 통해 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미래 전략을 메타버스, 특히 게임으로 잡은 것.

사내 성폭행과 성희롱 등으로 내홍을 겪은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이번 합병은 호재다. 블리자드는 오랫동안 직장 내 성범죄와 성차별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당국의 조사와 WSJ 보도를 통해 알려져 집중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과 주주들도 압박에 나섰다.

레고는 ‘오버워치’ 시리즈에 기반한 제품 출시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고, 비디오게임 콘솔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지난해 블리자드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영국의 금융사 피델리티는 브라이언 켈리 블리자드 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외부 로펌을 통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블리자드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블리자드 지분 0.6%를 보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이번 사건 관련 지난해 7월 이후 블리자드에서 37명의 직원이 퇴출당하고 44명이 징계를 받았다. 블리자드 주가는 지난 7월 말 규제 조사가 공개된 이후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MS와 합병은 위기 탈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블리자드 주가가 이날 25.88% 폭등한 82.31달러에 마감한 것이 그 증거다.

WSJ에 따르면 MS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전액 현금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는 지난 14일 주가에서 45%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95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 MS는 2016년 링크드인을 262억달러에 인수하며 IT업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는 이보다 3배 가까운 돈을 쏟아붇기 한 것이다.

MS의 4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이자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400억달러) 등을 훌쩍 뛰어넘은 사장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보비 코틱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협상 기간 동안 CEO직을 맡으며, 협상이 끝난 이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인수 완료 시점을 MS의 202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내년 6월 말 이후로 보고 있다.다만 인수가 이뤄지려면 워싱턴 정가와 바이든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변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