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상점들이 탈레반 당국으로부터 '머리 없는 마네킹' 사용을 강요받고 있다고 독일 dpa통신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알라 외의 우상 숭배를 금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인간의 형상을 한 마네킹이 일종의 우상과 같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한 의류 매장에서 머리를 가린 마네킹들이 진열돼 있다. /유튜브 캡처

보도에 따르면 아크간 서부 헤라트주(州)의 탈레반 관리들은 이 지역 내 의류 상점에 진열된 마네킹의 머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신규 규정을 발표했다. 탈레반 선행 증진 및 예방 관리국 부국장인 아지즈 울 라만은 "마네킹은 우상이고 비(非)이슬람적인 것"이라며 "상점에서 마네킹을 사용하려면 머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라트주 상인회 대표인 압둘 와두드 파이자다는 dpa와 인터뷰에서 탈레반 당국에 "마네킹은 우상이 아니라 단지 판매용 의류를 전시하기 위한 용도"라며 해당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즉각 거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네킹 한 개에 80~120달러를 지불해 구입했는데 의무적으로 머리를 잘라야 한다"며 "이슬람 국가의 상점 전체에서 마네킹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역 사회에선 탈레반의 재점령 후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사예드 나지르 사다트는 "탈레반이 돌아온 이후 사업이 너무나 어려워졌다"며 "조만간 추가적인 제재가 또 발표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다른 사업자도 "마네킹 없이 판매용 의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며 의류 사업에 이미 모든 재정을 투자한 탓에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소셜미디어(SNS)에는 상인들이 마네킹의 머리 부분을 톱으로 자르는 모습과 머리 없는 마네킹들이 의류 매장에 진열된 영상이 여러 차례 공유됐다. dpa는 탈레반이 이미 공공 생활의 많은 부분에 광범위한 제약을 가했다며 산업 전반에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택시에 히잡 미착용 여성 승객을 태우지 말 것을 지시했고, 차량 내 음악 감상도 금지했다. 남성들은 탈레반 경찰의 지시에 따라 턱수염을 의무적으로 길러야 한다.

한편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도 사람 형상의 조각상을 문제 삼아 문화재를 파괴한 바 있다. 2001년 3월 당시 아프간을 통치하던 탈레반 군사정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미안 석불'에 로켓탄을 발사해 산산조각 냈다. 불교의 전성기인 기원후 600년 전후로 만들어진 이 불상이 이교도의 우상숭배라는 이유였다. 간다라 양식의 이 불상은 신라 시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간략히 언급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