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설치된 월스트리트 거리 표지판. /연합뉴스

뉴욕증시가 나흘 만에 하락했다. 주간 실업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온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심에 약세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미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6포인트(0.00%) 하락한 3만5754.69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3.76포인트(0.72%) 떨어진 4667.45를 나타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69.62포인트(1.71%) 밀린 1만5517.37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주간 실업지표와 다음날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 오미크론 관련 뉴스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CPI 발표를 앞두고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 4일까지 한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4만3000명 줄어든 1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21만1000명을 밑도는 것으로 1969년 9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간 실업 보험 청구자 수의 빠른 감소는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이 빠르게 개선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긴축 기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이미 내년 5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CPI가 전달보다 0.7% 오르고, 전년 대비 6.7%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수치가 6.7%를 기록할 경우 이는 1982년 6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날 나올 CPI에는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 하락세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물가 우려를 사전에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백악관 성명에서 “내일 우리는 전문가들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보고서를 받게 된다”라며 “다행히도 내일 나올 보고서를 위해 자료가 수집된 이후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내일 나올 11월 에너지 가격에 대한 정보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는 자동차 부문처럼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 뒤에 예상되는 가격 하락세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14~15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연준이 테이퍼링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상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임의소비재, 부동산, 기술, 에너지, 통신 관련주가 모두 하락했다. 헬스와 필수 소비재 관련주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메리칸항공의 주가는 보잉의 737 드림라이너 인도 지연으로 인해 내년 여름 국제 항공편 운항을 축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약 0.4% 하락했다. 보잉의 주가는 1.6%가량 하락했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분기 순손실이 확대됐다는 소식에 10% 이상 하락했다. 아마존의 주가는 이탈리아 정부가 시장 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13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에 1% 이상 떨어졌다.

CVS 헬스 주가는 연간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의 상단으로 올리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4% 이상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위험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물가 상승 압력은 연준의 긴축 속도를 높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볼 때 팬데믹이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하지만, 심각한 결과나 봉쇄, 여행 제한과 같은 조치 대신 감염이 일상화되는 풍토병 단계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일단 다음날 나올 물가 지표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해당 지표가 “추가 금리 인상 베팅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