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빅테크(대형 인터넷 기술 기업)의 과거 인수합병(M&A) 사례를 무더기로 들춰내 법정 최고 수준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 계획에 따라 공정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M&A를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최근 반독점 단속 조직을 국가급 기구로 격상한 중국 당국이 빅테크의 데이터 권력 약화를 위해 통제 강도를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베이징 사옥. /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전날 기업 간 합병과 자산 및 지분 매입, 공동 경영 등 미신고 M&A 사례 43건을 적발해 최대 50만위안(약 9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반독점법상 최고 금액이다. 여기에는 텐센트(13건)와 알리바바(11건)를 비롯해 징둥닷컴(3건), 바이두와 디디추싱(각 2건), 바이트댄스와 메이퇀(각 1건) 등이 모두 철퇴를 맞았다.

중국 당국이 9년 전 사례까지 소급적용해 부과한 벌금 총액은 2150만위안(약 40억 원)에 달한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가 2012년 관여한 인수부터 올해 3월 중국 자동차업체 저장지리홀딩스를 인수한 것도 반독점 위반으로 봤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2013년 공동으로 보안용 소프트웨어업체 융양안펑의 지분을 인수한 것 외에 알리바바가 지도 앱 가오더, 음식배달업체 어러머를 인수한 것도 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

SAMR의 빅테크 적발은 이번이 여섯 차례다. 지난해부터 이번까지 총 87건의 M&A 미신고 사례에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7월 당시 22건을 적발했을 때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6건, 5건으로 지적을 받았다. 당국은 텐센트가 2011년 소프트웨어업체 치타모바일을 인수한 것까지 끄집어냈었다.

중국 정부의 이번 ‘벌금 때리기’는 지난 18일 SAMR 건물 내 반독점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반독국의 출범 현판식이 열린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올 들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한 중국은 2018년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상총국 산하 부서에 흩어졌던 반독점 감독 업무를 SAMR 산하 부서로 통합했다. 앞서 15일에는 국무원이 간린 SAMR 부주임을 국가반독점국 국장으로 임명했다. 시장에선 중국의 소비 둔화 추세에 따라 빅테크의 성장세가 더욱 약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