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자인 중국 헝다그룹 회장이 2019년 2월 광저우 축구클럽에서 말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의 중심에 있는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이 자금난 타개를 위해 자산을 또 헐값에 매각했다. 한때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혔던 창업자 쉬자인(許家印 Hui Ka Yan) 회장은 회사 부채를 갚기 위해 최근 몇 달간 전용기 등 개인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는 수백억 원 수준의 채권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헝다는 17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 헝텐(HengTen Network Holdings, 종목 코드 0136) 지분 18%를 홍콩 기업(Allied Resources Investment Holding)에 21억3000만 홍콩달러(약 3200억 원)에 매각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매각가는 주당 1.28홍콩달러로, 17일 헝텐 종가 대비 24% 낮은 가격이다. 헝다는 이번 헝텐 지분 전량 매각으로 85억 홍콩달러(약 1조28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헝텐은 헝다가 2015년 중국 텐센트와 함께 사들인 회사로, 인수 후 두 회사의 이름을 따 사명을 헝텐으로 바꿨다. 최근까지 수 차례 헝텐 지분을 조금씩 매각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헝다가 현금 마련을 위해 대형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헝다는 지난달 부동산 관리 서비스 자회사 헝다물업 지분 51%를 팔아 수조 원대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매각이 불발됐다. 헝다는 최근 네덜란드 전기 오토바이 제조사 이트랙션(e-Traction)을 영국 사이에타그룹(Saietta Group)에 200만 유로(약 26억 원)에 매각했다. 2019년 3월 인수가보다 97% 적은 가격에 급하게 팔아치웠다.

전날 중국 제일재경은 소식통을 인용해, “쉬자인 회장이 7월부터 개인 자산 매각과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70억 위안(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회사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미국 포브스가 이달 2일 발표한 ‘2021 중국 부호 100명’ 리스트에 따르면, 쉬 회장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는 118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헝다 부채 위기가 불거진 후 쉬 회장에게 개인 재산을 팔아 회사 빚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쉬 회장은 최근 홍콩 더피크 지역의 고급 주택 세 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현대 해당 주택 가격은 8억 홍콩달러(약 1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개인 전용기 두 대를 팔아 5000만 달러를 마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해 6월 말 기준, 헝다의 부채 총액은 1조9700억 위안(약 360조 원, 3000억 달러) 이상이다. 부채가 총 보유 자산(2조3800억 위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헝다는 최근 3차례 해외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일을 넘긴 후 겨우 갚으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한 상황이다. 전체 채무 중 달러화 채권이 190억 달러 정도인데, 연내 지급해야 할 채권 이자도 3억6600만 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