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여파에도 중국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와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이 광군제(光棍節) 기간(11월 1~11일)에 8894억 위안(약 164조 45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 기록을 세웠다고 CNN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이 12일 보도했다. 지난해(7697억 위안)보다 16% 늘어난 규모다.

징둥닷컴의 데이터 담당자가 11일 올해 광군제 실적이 사상 최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하는 모습.

광군제는 지난 2009년 11월 11일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는 대규모 온라인 할인 행사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솔로’를 뜻한다.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이날을 원래 ‘솔로의 날’로 불렀는데, 2009년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가 독신자를 겨냥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행사는 원래 11일 하루 동안 열렸지만, 지난해부터 1~11일로 열흘을 더 늘려 개최하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거래액이 사상 최고인 5403억 위안(약 99조9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대비 성장률은 8.4%이다. 징둥닷컴은 전년동기 대비 28.6% 급증한 3491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알리바바의 올해 성장세는 지난해까지 거래액이 매년 20% 이상 증가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이지만, 징둥닷컴의 매출이 크게 늘면서 행사의 전체 성장세는 예년에 비해 크게 꺾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주가도 올랐다. 투자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주가는 11일 뉴욕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1.4% 상승했고, 징둥닷컴 주가는 4%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1월 1일 광군제 첫날 오전 1시 기준 2600개 브랜드의 개별 거래액이 각각 지난해 광군제 매출을 넘어섰다. 징둥닷컴은 행사 개시 10분 만에 샤오미, 오포, 화웨이 등 스마트폰업체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0% 급증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대표 플랫폼 타오바오는 11일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 일시 장애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광군제의 실적 부진을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대형 IT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행사를 주도하는 업체들이 몸을 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열린 중국 공산당 최대 연례행사인 중공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가 광군제 기간과 겹친 것도 업체들의 대대적인 판촉 행사와 미디어 홍보 활동을 위축시켰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올해 행사 기간에 과거 매출 확대를 위해 동원하던 수단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중소 업체 판매 지원과 친환경 제품 추가 할인 등에 집중했다.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진행하던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고, 실시간 매출 기록 중계 쇼도 하지 않았다. 행사 최종 마감 이후에는 전체 매출 기록 위주의 간단한 자료만 공개했다.

올해 실적을 견인한 것은 ‘궈차오(國潮·중국인의 자국 브랜드 소비 선호) 열풍’과 ‘라이브 방송’이었다. 중국산 제품 매출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알리바바 산하 톈마오는 11일 0시가 되자마자 400여 개의 중소 브랜드 판매액이 1000만위안(약 18억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작년보다 10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알리바바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 라이브(淘寶直播)에서는 11일 양대 인기 쇼핑 호스트인 웨이야(薇娅)와 리자치(李佳琦)의 방송을 시청한 사람이 각각 1억100만명, 8515만명에 달했다. 11일 0시부터 오전까지 이어진 웨이야의 1차 방송에서는 LG생활건강의 1590 위안(약 29만원) 짜리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화장품 세트가 3만4000개 이상 팔리기도 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2021년 광군제는 ‘플랫폼 대전’에서 ‘라이브 방송 대전’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