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던 릭 페리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석유산업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유가가 머지 않아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에서 석유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페리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석유산업 규제는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NBC는 그가 언급한 현 정부의 규제가 파이프라인 운영 금지, 석유시추 금지, 해외에서의 원유와 가스 생산 프로젝트 자금 조달 금지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페리 전 장관은 지난 2000년부터 15년 간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19년 말까지 미국의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USEIA)에 따르면 그가 장관으로 재임한 2019년과 지난해 미국의 월별 석유 생산량은 항상 소비량을 웃돌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석유 생산량을 확대해 온 미국의 에너지 정책도 바뀌었다.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해 석유 생산을 규제하고 청정 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새 에너지부 장관으로 선임된 제니퍼 그랜홈 전 미시간주 주지사는 오랜 기간 석유산업 규제와 신재생 에너지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 내에서 석유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외 산유국들에 대해서는 석유 생산량을 늘릴 것을 압박하는 ‘모순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국제유가가 계속 강세를 보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에게 석유 생산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산유국들은 이 같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다음달부터 생산량을 하루 40만배럴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당초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조지아주 폴스 처치에 있는 한 주유소의 주유기에 '재고가 바닥나 영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붙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페리 전 장관은 “한편에서는 존 케리 기후특사가 전세계를 누비면서 사람들에게 화석연료의 단점에 대해 설명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그랜홈 장관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국왕을 만나 유가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할 것을 간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6개월 안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12% 오른 배럴당 31.27달러로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도 2.73% 상승한 배럴당 82.7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