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무기화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이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독일 당국이 내일 노르트스트림-2에 공급 승인을 내리면 모레부터 175억㎥의 가스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은 그 동안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독일과 유럽연합(EU) 당국의 조속한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서방 세계의 의심이 맞았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1년 10월 20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고위 공무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의도적으로 조절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동기가 다분한 '뒷담화'에 불과하다"며 "유럽이 요청하면 언제든 공급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러시아 국영 기업 가즈프롬은 11월 공급량을 동결했다. 서유럽을 향하는 세 개의 가스관 공급량도 이달 이미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정보제공기업 ICIS의 톰 마르젝 맨서 분석가는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들 가스관의 공급량이 지난달 하루 평균 302㎥에서 이달 26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기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독일과 함께 추진해 지난달 완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공급량을 지금보다 15% 더 늘릴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