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의 푸젠성 닝더시 본사.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寧德時代 닝더스다이)이 320억 위안(약 5조9200억 원)을 들여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짓는다. 전기차에 사용된 폐배터리를 수거해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원료 확보가 자동차 업계의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미국 테슬라·GM(제너럴모터스)·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CATL은 계열사 광둥방푸와 후베이이화그룹이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중부 후베이성 이창시에 배터리 재활용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최대 320억 위안을 투자한다. CATL은 “배터리 재료 공급을 보장하고 배터리 전 산업 사슬의 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했다. 폐배터리 회수 목적으로 경제성을 강조한 것이다.

CATL의 주력 생산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은 대략 6~8년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는 20만 톤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에 중국 내 폐배터리 규모가 78만 톤으로 4배가량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3월 기준 중국 내 신에너지차량(순수 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 전지 차량 포괄)은 551만 대에 달했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수년 내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폐배터리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베이징의 도로에 주차된 테슬라 전기차. /김남희 특파원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계에 폐배터리 재활용과 배터리 원료 재사용 확대를 주문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올해 3월 정부 업무 보고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더 빠른 속도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일찍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섰다. 테슬라는 8월 공개한 ‘2020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재활용 공정으로 배터리셀 원료의 약 92%를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배터리 재활용 서비스도 내놨다. 미국 기업인 테슬라가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한다. 전기차 가격이 절반이 배터리 값이란 얘기다. 또 이 배터리 생산 비용의 절반 이상을 원재료가 차지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 가격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점점 부족해져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핵심 원료 회수에 필사적으로 뛰어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