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22년 세계 석유 수요를 하루 1억80만배럴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치에서 90만배럴 상향한 것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억 30만배럴을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라스타누라에 있는 아람코 석유 시설.

WSJ에 따르면 OPEC은 이날 발간한 월간 시장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개선되고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석유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초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반면 전달 하루 평균 9970만배럴로 전망했던 올해 4분기 원유 수요 예상치는 11만배럴로 하향조정했다.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델타변이의 확산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 것.

OPEC이 내년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근거는 올해 델타변이 확산으로 미뤄진 기대치가 내년에는 충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겨울 날씨도 변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상품전략가인 프란시스코 블랑치는 그러나 “올 겨울이 혹한을 맞이하면 세계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하루 100만~200만배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선진국 등 부유한 국가에선 석유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OPEC은 예상했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선 수요 회복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DNB마켓의 헬게 안드레 마르틴젠 수석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이 임계치를 넘어 백신을 접종하고 봉쇄를 피하게 되면 델타변이 감염이 확산하더라도 사람들은 더 많이 여행을 하고 더 많이 비행기를 탈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내년에 신흥시장까지 확대돼 수요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쉽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70달러선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멕시코만 지역의 생산시설 가동 지연에 대한 우려로, 미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1% 오른 배럴당 7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배럴당 가격이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8월 3일 이후 처음이다. 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슨 수석애널리스트는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미국의 원유 공급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