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사상 초유의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의회가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늘리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가용한 모든 수단과 현금이 소진되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상환 의무를 총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옐런은 "우리는 과거 부채 관련 교착사태를 겪으면서 부채 상한선 관련 결정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릴 경우 기업 활동과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납세자들의 단기 대출 부담을 증가시키고 미국의 국가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의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9년 부채 한도를 22조300억 달러로 설정했지만 한도 적용을 올해 7월31일까지 미뤘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부채 한도가 다시 부활했고 재무부는 새롭게 부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재무부의 부채는 28조5000억달러(3경3260조원)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미국은 1939년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90회 넘게 한도를 조정해오며 위기를 넘겨 왔다. 다만 지난 2011년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부채 한도 협상이 지연되자 미국 국가 신용등급(AAA→AA+)을 강등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조정을 경고했다.
미국은 현재 법률로 정해진 연방 부채 상한선을 초과한 상태다. 연방정부가 팬데믹 이후 천문학적인 돈 풀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는 8월부터 돈을 빌리기 위한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에서 상한선을 높여줘야 미국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옐런 장관은 "재무부는 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부채 비용 상환을 위한) 비상 조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에 대한 추정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도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는 10월 중에 현금이 소진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를 맞을 경우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으며, 미국인들의 대출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수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이 정부 부채와 국민 세금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부채 상한 증액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 부채 증가로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옐런은 지난 8월 2일 즉시 지급 의무가 없는 공무원 퇴직기금, 장애 기금, 연방우체국(USPS) 퇴직 의료 혜택 기금의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 공무원 연금 등의 신규 투자를 금지한 것.
그는 당시 서한에 "10월 1일에 의무적으로 1500억 달러(172조6000억원)를 지출해야 한다"라면서 "의회가 가능한 빨리 행동해 미국의 완전한 믿음과 신용을 보호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