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강한 규제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경우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한 부동산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둘러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전했다.

노무라홀딩스는 현재 중국 경제가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볼커 모멘트(Volcker Moment)’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볼커 모멘트는 지난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의 이름을 따서 지은 단어다.

볼커 전 의장은 당시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올리는 고강도 통화 긴축 정책을 가동해 당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켰다. 중국 정부가 과거 볼커 전 의장이 했던 것처럼 금리 인상을 포함한 긴축 정책을 통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무라의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필요 이상으로 강한 긴축 정책을 가동해 산업 수요와 소비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중국 경제학자가 “주택 가격이 대출금 규모를 밑도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린 한 주택 박람회장에서 중개인들이 우주복 차림으로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 AP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 부유’를 강조한 이후 중국 정부는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닌, 거주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주택 대출 승인과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금리 혜택, 도시 주택 임대료, 토지 가격 등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서 모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 규모를 줄이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의 부동산 대출 규모는 최근 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집값 상승률도 6개월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리양 실장은 지난달 29일 가진 한 포럼에서 “집값이 대출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은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이는 부동산 시장의 진정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는 결국 경기가 침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8%를 넘어서기 때문에 함부로 규제를 계속할 경우 실물경기도 덩달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는 주택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체적인 정책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중앙 정부가 정한 주택 구매 제한이나 가격 상한제 등의 기준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의 켈빈 팡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규제 목적은 부동산 시장으로 투기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데 있다”며 “규제가 지속되는 동안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