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텐센트와 징둥닷컴 등 중국 기업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아크인베스트의 핀테크이노베이션 ETF는 26일까지 약 4000만달러(약 461억원)에 달하는 텐센트 주식을 매도했다. CNBC는 아크인베스트가 이밖의 여러 ETF에서 전일 종가 기준으로 약 6400만달러(약 738억원)에 이르는 징둥닷컴 주식도 팔았다고 전했다.

한때 알리바바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주목받은 아크이노베이션 ETF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올해 2월 8%를 오갔던 중국 주식 비중을 7월 현재 0.5% 밑으로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알리바바와 핀둬둬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바이두 지분은 전부 팔았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먼트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가 이같은 결정을 야기한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올 초 알리바바그룹을 시작으로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반(反)독점 위반 혐의를 조사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미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에 대한 국가안보법 위반 심사를 실시하고 앱스토어 퇴출 명령을 내렸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4일 자국 사교육 기업들을 겨냥한 새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블룸버그는 이 내용이 공개된 직후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98개 종목 주가를 따르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HXC)’ 지수는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19% 이상 급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는 8290억달러(약 957조원)다.

우드는 이달 초에도 텐센트 주식 34만453주를 매각한 데 이어 12일까지 35만2991주를 추가로 처분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자사 웹 세미나에서 “중국 정부의 규제 조치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인센티브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우드는 당시 중국 공산당이 제기한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초대형 기업들의 관점에서 이러한 안보 사항들은 기업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앞으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었던 2021년 7월 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앞쪽 회색 인민복 차림) 국가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후진타오(중앙) 전 주석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는 시 주석 등 국가 수뇌부와 원로, 4만여명의 군중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기념 행사가 펼쳐졌다.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26일 ‘중국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잃는 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산당 지도부의 규제가 이제까지 묵인해 왔던 자국 기업의 우회적 해외 상장 경로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중국은 외국인의 자국 기업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국유기업 등 일부에만 외국인 보유 금지 제한을 풀어 해외 상장을 허용해 왔다. 중국 민간 기술 기업들은 해외에 상장하거나 비상장 상태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을 때 이런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부분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활용해 왔다.

VIE 구조는 크게 미국에 상장하는 해외 부문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부문,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VIE로 구성된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가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미국 주관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개발한 구조로, 최근 중국 당국의 연기 권고를 무릅쓰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도 이런 구조를 차용했다.

디디추싱의 경우,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디디글로벌(해외 부문)과 지주회사인 베이징샤오쥐(국내 부문), 베이징디디(연결 고리)로 이뤄졌다. VIE인 베이징디디와 지주회사 베이징샤오쥐 사이에는 지분 관계 없이 베이징디디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계약만이 존재한다. 디디글로벌은 홍콩 투자회사인 홍콩샤오쥐를 100% 보유하고, 홍콩샤오쥐는 중국 본토 VIE인 베이징디디를 100% 갖는다.

이렇게 하면 외국인들은 공식적으로 베이징샤오쥐와 관계없이 뉴욕 상장사인 디디글로벌의 주식만을 살 수 있게 된다. 즉, 중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따라서 중국 당국이 일련의 규제를 내놓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를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이들을 향해 ‘중국에 투자하고 싶으면 정식 경로를 통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와 관련, 고객 메모를 통해 “중국 당국이 광범위한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의향이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주가 하락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중국 주식 폭락 사태를 두고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