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아태 지역 동맹국들과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분야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은 미국이 아태 지역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한다면서 지난해 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맺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를 출발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고려 중인 협정 대상 국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과 일본이 주요 대상국에 포함될 전망이다.
디지털 무역협정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수단에 의한 상품·서비스·데이터의 교역 관련 규정과 지침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사용 기준 등 디지털 경제 전반에 대한 다자협정을 의미한다. 애덤 호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무역 관계를 맺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디지털 무역협정이 잘 준비된다면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도 아시아 국가들과 다자 협정을 맺는 방안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일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는 ‘미국의 리더십 확산'을 목표로 디지털 무역협정 체결에 적극적이다. 반면 USTR은 미 노동자의 권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시아 국가들과 다자 협정을 맺으면 미국 노동자의 경쟁력과 이익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여론이 확산하고, 의회에서 민주당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USTR도 자국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선행될 경우에는 디지털 무역협정을 맺는 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