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21일(현지 시각)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이제는 테이퍼링에 들어갈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중기 전망 역시 매우 밝다. 하지만 여러 데이터와 여건들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강력한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에 충분할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그러면서 완전 고용이 달성되고,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오른 뒤 한동안 완만하게 ‘궤도’를 유지하지 않는 한 기준금리 인상 또한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월 1200억달러(약 135조8400억원)어치 채권매입을 축소하는 그 어떤 테이퍼링도 이같은 고용·인플레이션 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상당한 추가 진전”이 없을 것이라며 “연준은 미래 기조 조정을 논의하는 데 있어 시장과 소통할 여건과 조처들을 사전에 규정해 놨다”고 덧붙였다.

뉴욕연은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집행기구 역할을 한다. 프라이머리 딜러에 속하는 대형 투자은행 등을 통해 채권을 사고 파는 식으로 물량을 조절, 기준금리가 목표치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의 총재는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에 뉴욕 주식시장이 이날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선 것만 봐도 그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장은 연준이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예상시기를 2024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앞당긴 데 이어 이르면 내년에 첫 번째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불러드 총재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 주간 급락세를 보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와 관련해서도 이날 “2013년의 긴축발작과 같은 상황이 재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은 연준이 말한 것에 반응하고, 경제 전망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내린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날 불러드 총재와 카플란 총재는 매파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이 나오기 앞서 한 포럼에서 “중앙은행이 현재의 통화정책을 재고할 때가 됐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불러드 총재는 “경제가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위치에 있다”며 “(연준은) 테이퍼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상방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 테이퍼링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연준은 이제 막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러드 총재와 같은 포럼에 참석한 카플란 총재는 “연준의 경제 전망이 바뀐 것은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걸 반영한 것”이라며 “연준은 완화적인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매우 건강한 것”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그는 그동안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점진적 긴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처럼 연준 인사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미국의 긴축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다만 이날 테이퍼링 논의를 촉구한 불러드 총재와 카플란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반면 윌리엄스 총재는 FOMC 상임 부의장을 맡아 지금으로써는 연준이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