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수천억원대 손실에도 불구하고 회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더 사들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 구매를 위해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를 발행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7일(현지 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서 “비트코인 가격 급락에 따라 올 2분기 2억8450만달러(약3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반영한 비트코인 손실액을 합치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총 손실 규모는 5억달러(약 5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그럼에도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비트코인 투자 목적으로 4억달러(약 44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담보 채권을 판매한다고 했다. 이는 만기가 2028년에 도래하는 7년물 회사채다.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비트코인 시총이 뉴욕 증시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라며 현재 1조달러(약 1100조원)를 약간 넘어선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00조달러(약 11경1400조원)까지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악했다. 투자자문업체 옥스퍼드클럽의 마크 리치텐펠드 수석전략가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기업 인수나 회사 성장이 아닌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를 4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고 한탄했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은 “CEO가 손실을 지탱하기 위해 4억달러를 빌려 비트코인을 사겠다고 한 것”이라며 “회사 이사회는 미쳐버린 그를 막아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세일러 CEO가 비트코인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장부상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려 한 것이란 지적이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재무제표 상으로 9만2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가치는 한때 50억달러(약 5조5700억원)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지금은 34억달러(약 3조7900억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자산가치 하락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도 지난 2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55% 급락했다. 이는 4월 고점 대비 43% 하락한 비트코인 가격 낙폭보다 큰 것이다. 한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이날도 뉴욕 증시에서 전장 보다 3.09% 하락한 469.81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