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심지어 ESG 회의적인 기업인들도 전문가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유연호

FT에 따르면 최근 경영 컨설팅 업체에서 부티크(소형) 자문사, 헤드헌팅 업체, 기업 경영진 자리 등에 이르기까지 ESG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및 헤드헌팅 업체들이 ESG 전문가들을 찾고 있으나 인력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 상태여서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약 5분의 1 이상의 대기업들이 넷제로(온실가스의 실질적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것)를 공약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영향과 지배구조 등 비(非)재무적인 분야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ESG와 관련한 부정적 평가로 상장과정에서 기업가치에 직격탄을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영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배달앱 업체 딜리버루가 대표적이다. 딜리버루는 3월 영국 증시 상장 후 주가가 26% 급락했는데, 딜리버루의 노동자 처우에 대한 우려가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진 게 중요한 원인이었다. 사회적 영향과 관련해 취약한 평가를 받으면서 IPO가 타격을 입은 것.

하지만 ESG 전문 인력 공급은 수요만큼 충분하지 않아 이들을 채용하려는 측은 이 전문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한 경쟁에 직면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러셀 레이놀드 어소시에이츠의 사라 갤러웨이 공동 대표는 FT에 “(ESG 전문가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라며 더 나은 보상을 앞세워 관련 분야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헤드헌팅 업체들에 따르면 사모펀드들도 ESG 전문가들을 기업의 ‘ESG 대표’나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로 영입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갤러웨이는 “사모펀드는 사업에 강력한 지속가능성 또는 ESG 스토리가 없다면 기업공개(IPO)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래서 그들은 매우 높은 직위에 ESG 대표를 채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SG 관련 공시 등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감사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회계법인 등의 관련 전문가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영국 5위 회계법인인 BDO의 감사 부문 대표 스콧 나이트는 “(지속가능한 경영 성과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ESG 요인들과 보고가 빠른 속도로 기업들의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잠재적 인수 등을 분석해주는 글로벌 자문사 알바레즈마설의 ESG 컨설팅 대표 줄리 헤르크버그는 “어떤 시점이 되면 많은 국가들에서 ESG 정보의 보고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있을 것”이라며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