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훨훨 날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하루 동안 무려 100%나 폭등했다.

AMC 주가는 이날 뉴욕거래소에서 장중 72.62달러까지 치솟았다. 거래량은 7억5307만여주로 최근 65거래일 평균치(1억1072만주)보다 약 7배 더 많았다. 종가는 전날보다 30.51달러(95.22%) 뛴 62.55달러였다.

미국 뉴욕의 한 AMC 극장. /AP 연합뉴스

지난달 초 9달러 수준이던 AMC 주가는 미국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감 등을 업고 지난달 27일 20달러대를 회복했다. 본격적인 주가 상승은 그 이후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주 들어서만 159.38%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올들어 AMC 주가 상승률은 3095.75%에 달한다.

이는 올 초 ‘개미들의 반란’에 휘말렸던 게임스톱(1398.09%)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앞서 공매도 타깃이 된 회사들의 주식을 집중 매수하면서 헤지펀드들과 전쟁을 벌였다. AMC는 당시 게임스톱과 함께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 주식 토론 게시판 이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게임스톱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잊혀지던 AMC를 다시 수면에 끌어올린 것 또한 개미들이다.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AMC 주가는 “AMC를 화성으로!!” “내 모든 저축을 AMC에 투자했다. 행운을 빌어달라” 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한 지난달 마지막 주에 120%가량 뛰었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AMC는 이에 공짜 팝콘으로 보답에 나서기로 했다. AMC는 이날 홈페이지에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전용 포털을 만들어 ‘스페셜 오퍼’를 제공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페셜 오퍼에는 이밖에도 주주들에게 공짜 또는 할인 이벤트, 특별상영관 초청,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 등의 기회가 포함된다.

AMC의 애덤 애런 최고경영자(CEO)는 발행주식 수의 80%가량을 보유 중인 320만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참석 기회를 주기 위해 연례 주주총회를 한 달 이상 늦추고, ‘다이앤 포시 고릴라 기금’에 총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유인원이라고 부르는 레딧의 투자자들을 의식한 조치다. 레딧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은 애런 CEO를 실버백(등에 은백색 털이 난 수컷 고릴라 성체)이란 애칭으로 부른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애런 CEO의 자산은 연초 800만달러(약 89억원)에서 현재 2억2000만달러(약 2450억원)로 5개월 만에 2억달러 이상 불어났다. 그가 두 아들에게 선물한 AMC 주식 50만주 또한 현 시세로 3000만달러(약 334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애런 CEO와 두 아들은 모두 주가가 폭등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넷플릭스 이용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AMC는 유상증자로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정도로 펀더멘털이 약한 기업인 데다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는다 하더라도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보편화된 가운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이자 리먼브라더스의 전 임원이었던 래리 맥도널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시장이 크게 망가졌다”며 “우리는 지금 다이너마이트 창고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AMC의 2025년 만기 5.75% 쿠폰의 채권이 2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가와 채권 간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채권과 주식이 AMC의 미래에 내재된 위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맥도널드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언급하며 “요새같이 중앙은행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는 결코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일, 매주, 그리고 매달 더 많은 ‘주스’를 공급하면서 지구 곳곳에 레버리지가 쌓이고 있다”며 “문제는 그들이 아직까지도 그 레버리지의 독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맥도널드는 “적절한 위험 관리 전문가가 아닌 학자들 손에 시장이 움직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덜 준비돼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