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가 보유하고 있던 버진갤럭틱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버진갤럭틱은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우주탐사기업이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예측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우드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거두면서 국내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인물이다. 이름이 돈을 의미하는 ‘캐시(cash)’와 발음이 비슷해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얼마 전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도 큰 돈을 넣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드가 버진갤럭틱에 관해서만큼은 성급한 ‘손절’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왜일까.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먼트

미 경제전문매체 CNBC은 26일(현지 시각) 아크의 우주탐사와 혁신(ARKX)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날까지 갖고 있던 버진갤럭틱 주식 12주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ARKX는 아크가 지난 3월 말 처음 선보인 ETF로, 우주탐사에 뛰어든 혁신적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아크는 ARKX 론칭 당시 버진갤럭틱 주식 67만2000주(약 2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한달여 만에 버진갤럭틱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는데, 지난달 20일 버진갤럭틱의 지분을 50%가량 처분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남은 지분 대부분을 정리해 펀드 내 비중을 0.02%로 낮췄다. 버진갤럭틱이 제대로 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오리진 등의 전망이 밝아지자 버진갤럭틱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버진갤럭틱은 지난 10일 이번달로 예정됐던 시험 우주비행 일정을 연기하면서 또 한번 신뢰를 잃었다. 모선을 이용한 발사방식을 통해 준궤도 구간의 무중력 체험 관광사업을 추진 중인 버진갤럭틱은 지난해 12월 시험 우주비행을 전자파 장애로 취소했고 이후 2월로 일정을 미뤘으나 이마저도 5월로 다시 연기한 바 있다.

계속되는 일정 번복에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이달 초 주당 15달러 근방까지 떨어졌다.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2월 초만 해도 62달러 수준이었다.

버진갤럭틱이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한 유인 우주선 '유니티'가 2021년 5월 22일 조종사 CJ 스터코우와 데이브 맥카이를 태우고 항공기 모선인 '이브'에서 분리돼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이브는 이날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발사장에서 이륙해 4만4000피트(13.4㎞) 고도까지 날아올랐다. 이후 이브에서 분리된 유니티는 로켓 엔진을 분사하며 고도 55.45마일(89.2㎞)에 도달한 뒤 발사장에 무사히 귀환했다. 버진갤럭틱이 시험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버진갤럭틱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드가 조급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버진갤럭틱의 주가가 지난 22일부터 폭등하고 있어서다. 버진갤럭틱은 지난 22일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한 우주선 ‘유니티’의 시험 우주비행을 무사히 마쳤다고 밝혔다. 버진갤럭틱이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은 2019년 2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우주비행 성공 호재를 업고 지난 24일까지 28% 뛰었다. 비록 25일에는 1.30달러(4.83%) 하락한 25.59달러로 밀리기는 했지만 이날도 6% 이상 상승중이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캐너코드제뉴이티는 아예 버진갤럭틱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돌리고 목표 주가를 지금보다 약 37% 높은 주당 35달러로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우드가 버진갤럭틱의 맹렬한 랠리를 놓쳤다”며 “월가의 가장 큰 미래 기술 지지자 중 한 명인 그로써는 드문 실수”라고 짚었다. 다만 버진갤럭틱 주가 급등 혜택에서 소외된 게 우드 뿐만은 아니라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 데이브 포트노이가 참여하는 밴에크 벡터스 소셜 센티먼트 ETF(BUZZ) 역시 버진갤럭틱 주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BUZZ는 소셜미디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동향을 파악한 뒤,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한편 버진갤럭틱은 내년 우주 관광 시작을 목표로 600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우주선 티켓을 사전 판매한 상태다. 이 우주선에는 조종사 2명과 최대 6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버진갤럭틱은 우주 관광 개시에 앞서 조종사 2명과 직원 4명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하는 시험 비행을 추가로 진행하고, 올해 말 시험 비행에는 브랜슨 회장도 여기에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