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각)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몰락에 베팅했다는 소식과 함께 '빅쇼트' 대 '돈나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에 영감을 줬던 버리와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신화를 쓴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미래를 두고 정 반대의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 /디스이즈머니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1분기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보유현황 보고서(Form 13F)에서 테슬라 주식 80만100주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이는 사이언자산운용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40%에 달하는 5억34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다. 신고 기준이 된 3월 말 테슬라 주가는 667.93달러였다.

풋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해당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쉽게 말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사이언자산운용이 2분기 들어 풋옵션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가 수준을 볼 때 상당 수준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20%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고점(883.09달러) 대비로는 34.7%(306.26달러) 하락했다.

버리는 테슬라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로 탄소 크레디트(탄소 배출권)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점점 더 많은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나서는 상황에서 수익 창출을 탄소배출권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 신호"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이 합병해 출범한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최근 "합병으로 더는 테슬라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남는 탄소 배출권을 사는 주요 고객이 FCA였기 때문에 소식을 접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은 테슬라의 관련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테슬라는 앞서 1분기에 탄소배출권 판매로 5억1800만달러(약 580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이는 1년 전 대비 46% 증가한 것이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먼트

버리의 풋옵션 결정은 우드의 장밋빛 전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가 앞으로 5년 이내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로보 택시' 서비스를 확장할 경우, 주가가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대표 ETF인 아크이노베이션은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날 기준 아크이노베이션 ETF의 테슬라 비중은 10.18%이며, 평가액은 20억477만달러(약 2조2600억원)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또다른 펀드인 아크넥스트제너레이션인터넷 ETF 역시 다른 주식보다 테슬라 주식을 많이 샀다. 이 ETF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 평가액은 5억1948만달러(약 5800억원)다.

아크이노베이션 ETF와 아크넥스트제너레이션인터넷 ETF는 이날 각각 103.31달러, 127.3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둘 다 지난 2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일단 버리와 비슷한 결로 테슬라를 순매도하는 모양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들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2966만달러(약 330억원)를 순매도했다.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 순매도에 나선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올해 1월 25일 장중 900.4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가 지난 14일 589.74달러까지 떨어진 영향이 컸다. 주가 하락으로 1월 말 110억달러에 육박했던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주식 평가금액은 당시 76억달러로 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무책임한 발언들도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2일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화석 연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갑자기 차량 결제 수단으로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은 재생 에너지를 장려한다"는 잭 도시 트위터 CEO의 주장에 "사실이다"고 화답한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서학개미들은 앞서 지난 3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살 수 있다'는 머스크의 선언에 테슬라 주식을 대거 매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