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농업 분야 일자리(취업자 수)는 지난달 26만 6000개 증가하며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증가폭에서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시장 전망치(약 100만 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등으로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는 세입자들의 '월세 파업'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부진한 고용 성적표에 대한 원인을 두고 미국 정계와 재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재계와 공화당은 관대해진 실업수당과 늘어난 경기부양책으로 사람들이 저임금 서비스업이나 소매업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빈곤층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며 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막았다고 반박했다.

고용 시장의 구조 변화가 4월 고용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 선호도와 구직 동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2030년까지 1억590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 전환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WP는 고용 실적 부진의 첫 번째 이유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코로나19를 지목했다. 백신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으로 돌아가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을 망설인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이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고용 정체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올해 조사 결과를 보면 ‘업무분야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 중인가’라는 질문에 실업자의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요식업과 여행업 종사자들 중에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물류업이나 부동산업으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업을 결정하는 기준에서 안정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제조업계의 자동화 속도가 높아진 것도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경기 자체는 회복되고 있지만, 일자리는 60% 감소한 것이 그 증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에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3억7500만 명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WP는 많은 공장들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추가 실업수당 지급 거부를 발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적합한 일자리를 거절한다면 실업수당의 혜택을 잃을 것”이라며 구직활동 독려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성인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학교와 보육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시민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와 보육문제로 직업을 갖기 어렵다고 뉴욕 타임즈는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코로나19가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으며 미국 시민들의 달라진 구직 동향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