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올해 초부터 12월 초까지 인도에서 탄생한 유니콘 수다. 인도 유니콘 전체(51개)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으나, 인도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금은 쏟아졌다. 스타트업은 인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계층 사다리다. 에듀테크 기업 바이주스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올라섰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조마토, 폴리시바자르, 페이티엠 등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여성인 나이카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고 남성 중심의 인도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쏟아내고 있는 인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헤쳐봤다. [편집자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부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까지,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인도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인도에서 뷰티 업계 최초로 유니콘이 된 굿 글램 그룹(Good Glamm Group)이다. 굿 글램 그룹은 2017년 인도 뭄바이에서 시작된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기업으로, 여성의 삶에 필요한 다양한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을 판매한다.

굿 글램 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도 성장 신화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인도 최대 여성 커뮤니티 ‘팝엑소’를 인수하며 화장품 브랜드 ‘마이글램’의 월별 신규 고객을 10배가량 늘렸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남성 커뮤니티 ‘스쿱웁’과 프리미엄 육아용품 브랜드 ‘더 맘스코’ 및 ‘베이비샤크라’, 화장품 브랜드 ‘세인트보타니카’ 및 ‘오리엔탈보타닉스’, 인플루언서 기획사 ‘미스말리니’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굿 글램 그룹의 확장세는 밀려드는 투자 덕분이다. 굿 글램 그룹은 올해 3월에는 인도 기업 중 최초로 아마존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4분기에는 기업 가치를 12억달러(약 1조4400억원)로 평가받으며 유니콘으로 올라섰다. ‘이코노미조선’은 굿 글램 그룹을 창업한 달판 상피(Darpan Sanghvi)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달판 상피(Darpan Sanghvi) 굿 글램 그룹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ESADE 및 텍사스 오스틴 MBA, 상피 브랜드 창업자, 전 챔프(CHAMP) 경영 분석 매니저, 전 바지닷컴(Baazee.com) 매니저

인도는 올해 초 코로나19 타격이 컸다. 어려움이 없었나.

”올해 3월 시리즈C 투자를 확정하기 직전,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시행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인도 경제에 불확실성이 생기자 일부 벤처캐피털(VC)이 바로 투자에서 손을 뗐다.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투자 중단에 자금 조달 우려가 컸다.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해 수익은 거의 없었고, 부채는 쌓였다. 지급하지 못한 5000만달러(약 600억원)와 200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 재고가 남아 있었다. 직원 1000명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막막했다. 결국 우리는 록시땅과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사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걱정이 없도록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겠다고 설득했다. 이후 기존 투자사들이 급하게 자금을 내주면서 고비를 넘겼다. 우리는 마련한 자금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었지만, 결국 대규모 투자는 득이 됐다.”

주로 어디에 투자했나.

”먼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D2C 비즈니스 특성상 결국 고객에게 닿을 수 있어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에는 70개 도시, 1만 개 지점에 그쳤지만, 현재는 100개 도시에 3만 개 지점이 있다. 2022년 3월까지 10만 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일반적인 매장에 비해 6배 큰 체험형 뷰티 매장도 만들었다. 포토존과 메이크업존, 라운지, 방송 스튜디오 등을 갖췄다. 다른 매장보다 공간을 널찍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코로나19에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했다. 매장에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할 만한 요소를 많이 만들어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기업 인수를 통해 제품군도 늘렸다. 제품 개발, 빅데이터 등에도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에도 투자를 많이 한 것 같다. 이유는.

”우리는 ‘콘텐츠 투 커머스(Content to Commerce)’ 전략을 펼치고 있다. 880만 명의 인도 여성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인수한 건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한 것과 비슷한 이유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이해하면서 제품을 공급하고,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우리는 주요 커뮤니티를 인수한 후,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와 동영상을 살펴 어떤 콘텐츠가 사용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파악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마이글램 제품을 노출하고, 적립된 포인트로 마이글램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면서, 커뮤니티 이용자가 구매자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 전략은 기업들이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고객 유치 비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인도 뷰티·퍼스널케어 기업 중 가장 적은 돈으로 다수의 고객을 유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부터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뷰티·퍼스널케어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 방법을 쓴다. 실제로 온·오프라인 양방향 확장 전략에 월간 신규 고객 수는 급증하고 있다. 월간 신규 고객은 지난해 8월 3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35만 명가량이다. 전체 고객 수는 400만 명에 달한다. 올해는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며, 코로나19 직전보다 두 배 많은 매출을 냈다.”

현재 인도의 뷰티 시장은 어떤지 궁금하다.

굿 글램 그룹은 콘텐츠를 통해 D2C 사업을 강화했다. 동물성 원료와 실험이 배제된 크루얼티 프리 제품, 비건 메이크업, 스킨케어, 퍼스널케어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 마이글램 인스타그램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인도의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아직 크지 않다. 전자상거래 비중도 그리 높지 않다. 스킨케어 제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비율은 4.5% 미만이다. 우리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비중이 40%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야 인터넷 보급률이 급격히 늘며, 젊은 소비자들이 SNS로 트렌드를 파악하고 자신의 요구와 신념에 맞는 제품을 찾는 분위기다.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고 있으며, 소비자 변화에 맞춰 인도의 D2C 비즈니스 모델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다른 스타트업에 성공 비결을 조언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자사 브랜드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자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다른 기업과 구별되는 전략으로 ‘콘텐츠 투 커머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년 초까지 뷰티·퍼스널케어 기업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모든 브랜드가 독립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2022년 3월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10만 개로 늘리고 2023년에는 인도 국립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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