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작 상품’부터 ‘한정판 운동화’, ‘암호화폐’, ‘그림 투자’, ‘미라클 모닝(아침에 하는 자기계발)’까지…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움직임에 기업과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트렌드 종결자인 MZ세대가 연일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고객과 직원으로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세대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알쏭달쏭한 존재다. 그렇지만 마냥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이들은 나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남의 가치를 존중하고, 즐기며 소비하고 투자하고 일한다. MZ세대가 만드는 세상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이 커버스토리 ‘MZ이코노미’를 통해 MZ세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를 마련해봤다. [편집자주]

2월 25일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각각 화상으로 직원들을 만났다. 젊은 직원들이 창업자를 향해 ‘인센티브와 보상 방안을 개선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는데 보상이 그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을 당돌하게 쏟아낸 젊은 세대에게 기업들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는 직장 세계를 바꿀 만큼 기존 세대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MZ 세대의 한 축인 밀레니얼 세대를 “미 미 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했다. ‘미 퍼스트(Me first)’로,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위한다는 뜻이다.

MZ 세대에게 과거와 같이 ‘회사에 충성하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면, 그들은 ‘주인(오너)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냐’ ‘회사가 자신을 착취하려고 한다’고 답하며 대응한다. MZ 세대에게 회사는 상호 필요에 따른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은 곳일 뿐이다.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고, ‘오너’에게 직접 요구하는 모습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 세대처럼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회사에 모든 걸 바치는 세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 희생해야 하죠”…상사 눈치 안 봐

MZ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칼퇴’ 문화는 이런 MZ 세대의 업무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업무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퇴근한다. 그 시간 상사가 일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MZ 세대의 업무 방식은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사고(思考) 체계를 바탕으로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는 MZ 세대, 특히 Z 세대는 어린 시절 전 세계 네티즌과 오픈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랐다. 그들은 나이나 직책을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온라인으로 소통했고, 직장에서 일할 때도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MZ 세대가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한다고 조직문화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며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토론하지만 그 결정은 실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팀장 등 리더가 하는 수직적 구조로 이뤄지는 것을 MZ 세대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은 MZ 세대가 상사와 소통하는 걸 꺼린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이들은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일방적인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지, 다른 어떤 세대보다 상사, 팀장과 높은 빈도의 소통을 원한다. 업무 능력을 키우는 등 개인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대 연구기관 CGK에 따르면, 직장 내 Z 세대 근로자의 20% 이상은 매일 또는 하루에 여러 차례 능력 있는 팀장에게 피드백을 받길 원한다. 피드백은 대면이 아닌, 1~2분만 투자하면 가능한 문자 메시지 등 간단하고 편한 방식을 선호한다. 더니스 빌라 CGK 최고경영자(CEO)는 “MZ 세대는 지속적인 경력 개발, 회사 추구 방향과 자신 가치관의 동일함, 회사의 사회적 임팩트(세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MZ 세대의 이런 개발, 성장 욕구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구글이다. MZ 세대 직원 비율이 높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아예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도록 한다. 모든 직원에게 주당 근로 시간의 20% 이상을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쓸 수 있는 권한을 주는 ’20% 룰'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은 G메일, 구글 맵 등을 개발했다.

“공정 보상·회사 추구 가치 중시”

MZ 세대는 공정한 보상, 즉 자신이 올린 성과에 알맞은 보상을 원한다.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면, 그들은 오너와 경영진에게 성과급 기준이 무엇이냐고 당돌하게 묻는다. “채용설명회에서 담당자가 삼성전자만큼 준다고 했는데 왜 안 지켜지는 겁니까?” 1월 29일 SK하이닉스 4년 차 직원(29)이 이석희 대표와 2만8000명 직원 전원에게 보낸 항의 이메일 내용이다. 그는 “회사가 호실적을 냈음에도 성과급이 적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성과급 산정 방식도 불투명하다”며 “회사가 직접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고, 이석희 대표는 사과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성과 평가 기준을 직원들이 알기 쉽게 바꾸고 자사주도 지급하기로 했다.

MZ 세대는 새로운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해 회사에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사무·기술직 노조가 출범했다. 두 노조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586 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주축이 된 기성 노조가 일률적인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벌이던 것과 달리,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개인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외에선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 노조가 결성됐다. 이들은 공정한 보상과 근로 환경은 물론 공공의 이익 등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알파벳 노조는 1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노조 결성을 밝히면서 “알파벳과 구글의 기술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코리 시밀러 美 라이트주립대 교육·조직 리더십 연구 부교수

“Z 세대, 재미·가치 없는 직장 떠난다”

정현진 인턴기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사회적 임팩트, 재미.” 코리 시밀러(Corey Seemiller) 미국 라이트주립대 교육·조직 리더십 연구 부교수는 5월 14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회에 진출한 MZ 세대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았다. 시밀러 교수는 “특히 Z 세대는 투명하고 공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선망한다”면서 “도덕적 나침반(moral compass) 역할을 자처한다”고 강조했다.

코리 시밀러 라이트주립대 교육·조직 리더십 연구 부교수

직장 내 MZ 세대 특징은.

“워라밸과 일을 통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Z 세대는 더욱 그렇고, 관리자는 이들이 기대하는 직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구성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 MZ 세대는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열정적으로 일한다.”

밀레니얼(M) 세대는 이미 관리자 레벨에 올라섰다.

“그렇다. 그들은 소통에 능하고 협력적인 업무 방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Z 세대는 일하는 방식도 기존 세대와 다른데.

“Z 세대는 유연한 근무제를 원한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삶이 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일이 자신의 삶에 맞춰지길 희망한다. 그들에게 전통적인 근무 시간은 의미가 없다. 또 쉽지 않은 문제지만, Z 세대는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하고자 한다. 만약 재미가 없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일터를 떠날 것이다.”

Z 세대 관리법이 있다면.

“먼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팀장, 나아가 CEO는 Z 세대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배워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체험하면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Z 세대만을 위한 인사,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면, 그 외 조직 내 더 많은 구성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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