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주 잔고가 높아져있는 가운데, 앞으로 사업 환경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력망 안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배제 원칙을 밝힌 데 이어, 중국 정부도 신규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라서다.
15일 배터리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ESS용 배터리 수주 잔액은 북미에서 생산할 수 있는 2년 치 생산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수주 잔액 추정치는 각각 150기가와트시(GWh), 80~100GWh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까지 북미 내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50GWh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내 ESS 생산 거점은 총 5곳이다. 이들 공장의 전체 생산 능력(자동차용 배터리 포함)은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힐 당시 기준으로 총 229GWh다. ESS 배터리 수주 상황에 따라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삼성SDI는 울산 공장과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울산 공장 생산능력은 15GWh로 알려져 있다. 스텔란티스 1공장 생산능력은 공장 건설 기준 발표 당시 23GWh로 이 중 일부를 활용해 지난해 말부터 ESS용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삼성SDI는 2028년 2분기 안에 북미 내 ESS 생산능력을 20~30GWh 늘릴 계획이다.
SK온은 아직 ESS용 배터리를 양산하지 않고 있다. SK온이 처음 ESS 배터리를 수주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계약한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에 공급할 물량은 올해 연말에야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온은 조지아주 단독 공장(22GWh)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온의 올해 내 ESS용 배터리 수주 목표는 20GWh로 지금까지 9GWh를 수주했다.
현재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의 79%는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 3사의 북미 시장 내 ESS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기준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의 14%를 차지하며 1년 전보다 점유율을 3배 이상 늘렸다. 삼성SDI의 점유율은 6%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26일 '전력망 안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이 한국 업체들에 긍정적인 신호란 분석이 나온다. 해당 조치는 미국 전력망에 중국 등 특정 외국 회사의 장비 공급을 막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규칙은 오는 12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산을 피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 전력기기 업체를 찾는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 각 지방정부가 신규 자동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에 대한 신청 접수를 사실상 중단한 것도 한국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에선 향후 1~2년 뒤에 ESS용 공급 과잉이 생겨 도산하는 업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 배터리 업체가 증설 속도를 늦추면 공급이 줄어들어 한국 배터리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생길 여지가 있다.
전우재 KB증권 연구원은 "2027~2028년부터는 중국산 비중의 유의미한 축소가 예상된다"며 "미국 정부의 조치는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 자체를 제약하기에 한국 배터리 셀사의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