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원을 이용해 탈모 예방에 도움 되는 후보 물질을 하루 만에 찾아내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4주 이상 걸리던 암 진단부터 맞춤 치료 설계도 하루로 줄여 환자분들의 '골든타임'을 지켜보고자 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 기조 연설에서 과학 분야에 적용된 '전문가 AI' 사례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LG AI연구원은 지난 6년간 산업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만들어 온 제조·금융·과학 분야의 전문가 AI 사례를 공개했다.
우선 과학 분야에선 AI 전문가를 활용해 새로운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내고, 연구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성과를 냈다. LG AI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협업해 42만개의 후보 물질을 검토해 하루 만에 탈모 효과 물질인 '람시딜(Rhamsidil)'을 찾았다. 디앤디파마텍과는 차세대 경구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어 엑사원 4.5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심사 AI에 탑재돼 활용 중이다. 향후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관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자율 실험실도 개발 중이다. AI가 시험 결과를 보고 스스로 다음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방식이다. 한세희 LG AI연구원은 "최소한의 실험으로 더 넓은 영역에서 빠르고, 깊게 탐색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AI를 이용해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첨단 소재를 더 빠르게 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이날 산업 현장에서 쓰일 AI 전문가 파운데이션 모델인 엑사원 태뷸러(EXAONE Tabular)도 소개했다. 엑사원 태뷸러는 공정 조건, 품질 정보를 이해하고 예측한다. 공정이나 제품 외관 이미지가 바뀌더라도 재학습 없이 운영 가능한 게 특징이다. 맞춤형 추가 학습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역량도 입증했다.
엑사원 태뷸러는 LG이노텍 현장에서 처음 쓰인 후, 글로벌 제약사, 병원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LG는 원자력, 수력 등 에너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실제 현장에서 온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면 방대하고 지저분해 정리할 게 많다. AI 도입에 드는 비용, AI 적용 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도 봐야 한다. 소량의 초기 데이터와 현장에서 습득한 데이터로 불확실성을 줄여간다.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최적화한 AI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데이터 샘플링과 라벨링, 모델 학습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비전 검사 에이전트도 개발 중이다. 지금껏 새로운 제품이 공정에 추가될 때마다 비전 검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새로 생산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는데, 이런 과정을 줄인 것이다. 비전 검사 에이전트는 연내 검사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은 "산업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변화가 많은 산업 현장에서 변화하는 공정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에서 엑사원 BI(Business Intelligence)가 적용된 사례도 언급됐다. LG AI연구원은 데이터의 분석부터 추론, 예측, 설명까지 생성하는 금융 특화 AI 설루션인 엑사원 BI를 올해 초 정식 출시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는 글로벌 시장을, 코스콤과는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한국, 북미, 유럽, 중동을 넘어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해 나가며 성과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금융 시장에서 설명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예측 AI 활용이 채권과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LG는 파운데이션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풀려면 AGI는 비용, 가치 측면에서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봐서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설립 이후 누적 100여 건이 넘는 산업 난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LG는 지난 6년 동안 AI가 산업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이제 그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개별 로봇의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지능으로 움직이는 자율형 공장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AI 도입률은 사업 확장에 고민이 되는 부분으로 꼽혔다. 이화영 부문장은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률이 저조하다. 엑사원 태뷸러를 만들 때 GPU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도록,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해외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API로 쓰고 싶어 하는 곳들이 많아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