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조선업계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난항으로 인한 파업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은 11일 처음으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한화오션이 지난 2일 전 조합원 파업을 시작한 뒤로 두 번째다.
이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전체 조합원 8000명을 참여 대상으로 하는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이날 파업은 '오토바이 경적 파업' 형태로, 노조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며 일부 물류 이동을 막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섭 타결 전까지 노조의 파업 강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오는 16일까지 전 조합원 대상 4시간 파업을 이어간 뒤, 17일부터는 7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노조는 다음 주까지 교섭 타결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다.
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추석 연휴 이후로 파업 수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달 초 집행간부 중심으로 파업을 지난 8일부터 부서별 파업으로 확대하는 등 수위를 높여왔다. 전날에도 조선·해양 담당 조합원 2000여 명이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김범진 조선업종노조연대 정책국장은 "추석 전까지 교섭 타결을 목표로 다음주까지 최대한 집중교섭을 할 것"이라면서 "다음 주에 타결이 되지 않으면 추석 이후 총력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노사는 쉽게 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800%에서 900%로 확대, 정년 연장,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3차 제시안에서 기본급 11만원 정액 인상(호봉 승급분 4만7000원 포함), 격려금 1000만원+200% 지급, 상품권 50만원, 종합검진 대상 배우자 연령 기준 완화(40세→35세) 등을 제시했다.
핵심 쟁점은 '영업익 30% 성과 공유'를 중심으로 한 임금 인상이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부분을 임금 인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10년 안팎의 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불황기 국면에서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는 데다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재원도 소요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결국 사이클 산업이니 투자를 등한시할 수 없다"면서 "최근에도 1조 투자를 진행했는데,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도 재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영 측면에서 조선업 불황을 대비하기 위한 사측의 판단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투자 뒤 숙련 노동자의 질 높은 노동력이 뒷받침돼야 해 인력 처우 개선도 피할 수 없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이 왔을 때 조선사들이 중국 조선사와 경쟁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면서 "조선소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본업 경쟁력을 위한 부분에 더 투자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