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찾은 경기 안성시 CJ대한통운 B2C 저온센터. 영상 6~7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도 유독 강한 냉기를 내뿜는 냉동 창고로 들어섰다. 하얀 서리와 얼음으로 덮인 입구를 지나자마자 입고 있던 바지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얼어붙을 정도였다. 벽면 센서 옆 디지털 온도계에 표시된 실내 온도는 영하 18.8도였다.
표수현 안성 B2C 저온센터장은 "영하 18도 기준을 벗어나는 순간 휴대전화로 경고 알림이 온다"며 "이 온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콜드체인(저온 유통) 물류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설비를 집약한 '저온 풀필먼트(통합 물류)'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온·습도 관제부터 상자 크기 최적화, 피킹(Picking·제품을 찾아 담는 과정) 동선 단축까지 물류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다. 주문 접수부터 출고까지 30분 이내로 단축한 CJ대한통운은 대형 고객사는 물론 중소 전자상거래 사업자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저온 풀필먼트 서비스를 앞세워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 AI로 온·습도 관리부터 최적 포장, 동선 설계… 효율 극대화
지난 6월 확장 이전한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는 대전(87㎞)·곤지암(49㎞)·군포(72㎞)·양지(31㎞) 등 주요 택배 거점과 100㎞ 이내에 있어 당일 배송은 물론 새벽 배송까지 지원하는 핵심 거점이다. 현재 CJ제일제당과 스타벅스 등 대형 고객사를 비롯해 112개 전자상거래 사업자를 고객으로 두고 일평균 1만9000건을 출고한다. 추석 연휴 배송이 본격화한 이날은 평소보다 30% 많은 물량이 몰렸지만,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차질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신선식품 물류의 핵심은 일정한 온·습도 유지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AI 기반 온·습도 관제 시스템 '로이스 온도'를 개발했다. 실제 센터 창고 곳곳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센서를 볼 수 있었다. 관제실에선 이를 통해 창고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한다. 이상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이 먼저 감지하고 알린다. 냉동 창고의 격벽 두께도 타사 냉동 창고(40~50㎝)보다 두꺼운 60㎝로 설계됐다.
신선식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려면 상자 크기부터 신경 써야 한다. 신선식품은 상자 내 빈 공간이 크면 냉기 효율이 떨어지고 운송 중 내용물이 훼손될 위험이 커진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 배송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AI가 주문별로 최적의 상자 크기를 추천하는 '로이스 오팩'을 적용했다.
윤철주 FT본부장은 "1분당 최대 1500건을 처리하는데, 상자당 평균 포장 공간 비율이 36% 감소했고 평균 적재율도 10% 이상 높아졌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소비자가 자신이 받는 상자 크기와 빈 공간 비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업자의 이동 동선도 AI가 설계한다. 신선식품은 한 고객이 여러 품목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하나의 스티로폼 상자에 넣는 '이종합포' 방식이 주로 적용된다. 표 센터장은 "이곳의 이종합포율은 (전체 물량 중) 80%가 넘는다"고 했다. 그만큼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 작업자는 '디지털 피킹 카트'의 모니터 안내에 따라 최적화된 동선으로 움직인다. 카트 내 각 스티로폼 상자에 부착돼 있는 바코드를 입력하면, 모니터에 무슨 제품을 어디서 꺼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윤 본부장은 "일반 B2C 물류센터에서 피킹 카트로 하루 8시간 작업할 경우, 작업자의 이동 거리는 16~18㎞"라며 "CJ대한통운은 알고리즘을 도입해 12~13㎞까지 줄였는데, AI를 도입하면서 10㎞ 미만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 주문 접수부터 출고까지 30분 이내… "매년 매출 두 자릿수 성장"
실제 주문 내역에 맞게 상품이 정확히 담겼는지 검수하는 과정에도 고도의 기술이 투입된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스티로폼 상자에 무게 167g짜리 스마트폰을 넣어봤다. 중량 검수기를 통과하자마자 빨간색 알람이 켜지며 옆 라인으로 분류됐다. 표 센터장은 "제품 물성에 따라 기준 중량의 0.05%에서 3%까지 미세하게 오차 범위를 설정할 수 있어 오배송을 완벽히 차단한다"고 말했다.
검수를 마친 상자는 자동 계산된 양의 드라이아이스나 얼음팩과 함께 포장돼 순식간에 출고장으로 향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콜드체인 물류는 출고 작업의 리드타임을 줄이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며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는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주문 접수부터 상품 피킹, 포장, 출고까지 30분 이내에 처리해 제품 손실을 방지하고, 3초당 1개꼴로 박스를 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저온 풀필먼트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 외연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CJ대한통운의 B2B·B2C 풀필먼트 고객사는 총 2200여 곳으로, 올해 들어서만 400곳 가까이 늘었다. 윤 본부장은 "풀필먼트 분야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이뤄낼 것"이라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와 전국 단위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물류 효율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최적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