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업에 들어가면서 조선업계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임금교섭을 보이콧하고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을 찾아 상경투쟁을 벌인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로 파업 9일째다.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은 이달 2일과 7일에 이어 전날에도 진행됐다. 전날에는 전체 조합원 4700여명이 8시간 전면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거제조선소 일부 크레인과 트랜스포터 운영이 멈추는 등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노조는 10일 오후에도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파업 기간에도 노사는 두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8일 열린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처음으로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파업 초기에는 확대간부와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횟수를 늘리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800%에서 900%로 확대, 정년 연장, 성과급 지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9만5000원 인상과 일시금 550만원, 연 60만원 상당 복지포인트, 상품권 150만원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안이 지난해 사측이 제시한 10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제시안을 거부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올해 조선업 호황으로 경영 실적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에 비하면 제시한 내용이 미진하다"며 "회사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건조하니 회사 실적은 올라가는데 실제 물량은 많지 않아 임금은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을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시작했고, 이날에는 HD현대중공업 노조 중 조선·해양 담당 조합원 2000여명이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한화오션과 같은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8일 열린 19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5000원 인상과 호봉승급분 1만2000원, 격려금 200%+1000만원, 공조비(노사 합동 회비) 전액 부담 등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놨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의 성과를 제대로 담은 실질적 제시안이 필요하다"며 사측 제시안을 거부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추석 연휴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도 임금교섭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6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아직 임금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예정된 17차 교섭을 보이콧하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상경투쟁을 벌인다.
노협은 회사가 마련한 임금안이 그룹 검토 과정에서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 그룹에 직접 임금안 결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날 상경한 삼성중공업 노협 집행부와 대의원 등 약 80명은 그룹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협은 올해 기본급 9.3%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및 조건 없는 정년 연장, 생산직 신입사원 150명 이상 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을 거쳐 파업권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측은 "이번 상경투쟁 이후에도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쟁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