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밀나두주 투투쿠디의 V.O. 치담바라나르(VOC)항 전경. HD한국조선해양은 투투쿠디에 대형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VOC항만청

HD현대가 베트남·필리핀에 이어 인도를 세 번째 해외 조선 생산 거점으로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조선소에선 고부가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벌크선·유조선(탱커) 등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반 상선은 해외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 중국과 다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도 정부가 대규모 선대 확충과 조선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HD현대의 인도행에 힘을 싣고 있다. 인도 정부는 정부·공기업의 선박 수요를 한데 묶고, 이 물량이 인도 현지 건조로 이어지도록 보조금과 조선소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조선소 설비 투자·운영… 탱커·벌크선 현지 생산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월 인도 정부 측 특수목적법인, 국영 사가르말라금융공사와 타밀나두주 투투쿠디에 연 250만GT(총톤수) 규모의 조선소를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은 후 인도 측과 조선소 건설을 위한 세부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도 정부 측이 조선 클러스터와 공용 인프라를 조성하고, HD현대가 핵심 투자자로 조선소 설비에 투자해 운영하는 구조다. 인도 현지에선 투투쿠디 조선소 건설에 최대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투쿠디 VOC항만청은 최근 조선 클러스터 상세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HD현대는 인도를 글로벌 탱커·벌크선 시장을 다시 공략할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인도 코친조선소와 검토하던 선체 블록공장 합작 사업을 철회하며 투투쿠디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보고 투투쿠디 쪽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인도 정부의 니즈도 큰 상황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추가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했다.

HD현대의 인도 사업은 앞서 베트남·필리핀에서 추진해 온 해외 생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야드에선 고부가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반 상선은 인건비가 낮은 해외 야드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HD현대는 투투쿠디 야드가 가동되기 전에는 초기 선박 물량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인력을 한국 조선소에서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생산·운영 노하우를 익히게 한 후 투투쿠디 조선소에 투입해 현지 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다음 발주 주기의 중심은 탱커와 벌크선이 될 전망"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이 이 선종에서 중국이 가져간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야드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거점 야드를 확장해 건조 물량을 늘려갈 수 있다"고 했다.

◇인도, 공공 부문서만 437척 확보 추진

인도 해사총국(DGMA)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취합한 공공 부문의 선박 수요는 총 437척이다. 국영 선사 SCI가 2047년까지 도입할 벌크선·탱커·컨테이너선 등 267척과 석유·가스 공기업 59척, 주요 항만의 친환경 예인선 100척, 국영 준설사의 준설선 11척을 합친 것이다.

총톤수(gt) 기준으로는 약 1900만GT로, 현재 인도 전체 상선대 1402만GT보다 36% 많은 수준이다. 예상 투자액은 2조2000억루피(약 28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2척은 내년 3월까지 입찰을 진행한다.

인도가 이처럼 대규모 선박 확보에 나선 것은 무역 규모에 비해 자체 선대 운반 비중이 현격히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국적선이 실어 나른 해외 화물은 전체의 6.08%에 그쳤다. 외국 해운사에 지급하는 운임은 연간 약 750억달러로, 인도의 연간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무역 규모는 커지는데 이를 운송할 자체 선박이 부족해 막대한 운송비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국적선을 늘리는 동시에 신규 선박 수요를 자국 조선업을 키우는 기반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인도는 인건비가 싸지만 조선 부문 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인도 조선소의 시간당 인건비는 3~4달러로 중국보다 낮다. 그러나 선박 크기와 건조 난이도를 반영한 작업량 단위인 보정총톤수(CGT) 1톤당 인건비는 620달러로 중국(300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인도 정부는 낮은 생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 건조 선박에 선가의 15~25%를 지원하고 조선소 공용 인프라에도 재정을 투입해 해외 조선사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인도 민간 조선사 스완디펜스와 손잡고 현지에서 선박 설계·조달·생산관리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타밀나두뿐 아니라 안드라프라데시·구자라트 등 주정부들도 대형 조선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며 글로벌 조선사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조선사의 생산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끌어오기 위한 주정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가 인도의 400척 넘는 수요를 모두 수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한국 조선사들이 인도의 낮은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공정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