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의 58년 '무파업' 기록이 깨졌다. 포스코 노조는 9일 오전 7시부터 광양·포항제철소 일부 생산라인을 48시간 멈추는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파업 직전까지 교섭 재개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기본급 인상 폭과 성과 보상 등을 둘러싼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번 파업에는 포스코 노조 조합원 1만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참여한다. 파업 대상은 광양제철소 산세(酸洗) 공장 전 라인과 포항제철소 2전기강판 공장 일부 라인이다. 광양 산세공장은 열연 강판을 냉연 공정으로 넘기기 전 염산으로 표면을 처리하는 공정이다. 포항제철소에선 고급 전기강판을 0.15㎜ 두께로 얇게 펴는 압연 설비가 멈춘다. 노조 측은 "조합원 참여율이 높고 생산에 미치는 영향도 큰 공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곳을 부분 파업 대상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노사 간 신경전은 파업 전날인 8일 밤까지 이어졌다. 사측은 이날 저녁 노조에 공문을 보내 "파업을 철회하면 교섭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구체적인 추가 제시안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부터 철회할 수 없다며 자정까지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사측이 별도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밤 사측이 파업 대상 공장의 일부 출입문을 막으려 하자 노조가 반발하면서 현장에서도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노사는 기본급 인상 폭과 격려금 규모 등을 놓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기본급 600% 수준의 격려금, 우리사주 50주, 명절 상여금 200% 등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지난 3일 기본급 2% 인상과 일시금 400만원(목표달성격려금 350만원·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을 지급하는 추가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포스코 측은 철강 업황 부진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해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3% 줄었다. 회사는 노조 요구안을 전부 반영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경영난을 이유로 현장에만 부담을 돌려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철강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배당·브랜드 사용료·임대료 등의 형태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 지급되지만 설비·안전·인력 투자와 직원 보상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1조4000억원은 교섭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는 요구안을 모두 합산한 금액일 뿐 이를 전액 관철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포스코 측은 이번 부분 파업이 당장 제철소 전체 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부분 파업 중 대체 인력을 투입해 생산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업이 길어지면 냉연·도금강판과 전기강판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로(高爐) 등 연속 조업이 필요한 핵심 공정은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파업 중에도 근무를 유지하기로 정한 '협정근로' 대상이어서 파업과 관계없이 정상 가동된다.
노조는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오는 16일부터 120시간 동안 2차 부분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2차 파업은 참여 인원과 대상 공정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교섭이 진전되지 않으면 10월 전면파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