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자회사 5곳의 통합 이후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예상되고 있다. 해상풍력 등 초대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사업을 위해선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1기가와트(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발전 5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올해 2분기 말 기준 미상환 잔액은 총 23조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발전사별 미상환 잔액은 한국서부발전 5조9400억원, 한국중부발전 5조7400억원, 한국남부발전 4조5900억원, 한국남동발전 4조4500억원, 한국동서발전 2조6400억원 규모다.
5개 발전사가 합쳐 하나의 단일 법인(가칭 한국발전)이 출범하면 지금껏 각 발전사가 따로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 관리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발행 조건과 상환 방식, 차환(증권을 새로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이미 발행된 증권을 상환하는 것) 일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는 신규 채권 발행을 통해 기존 채권을 갚고 사실상 상환 기한을 뒤로 미루는 차환 방식이 활용된다. 이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기가와트급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우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합 발전사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합 발전사가 출범하면 회사채 발행 시 과거보다 자금 조달 조건은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발전 5사의 회사채는 발행량이 적고 유동성이 부족해 거래가 어려웠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높아도 발행 물량이 적으면 채권 보유자가 만기 전 매도하려 할 때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기피 대상이 된다.
통합으로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커지면 채권의 유동성이 높아져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 5사의 자산을 모두 더하면 67조원에 달한다. 자산 총액만 보면 대규모 기업 집단에 속한 한진(약 62조원)보다 많다. 통합 발전사는 자산 규모와 발행 규모가 커져 채권 시장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운용 대표는 "발전사 채권은 중개 시장에서 안 팔리다 보니 일단 사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합으로 덩치가 커지면 금리 조건도 발행사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발전 5사 구조 개편을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발전사는 특별법에 통합 발전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 증액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 부채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발전 5사의 지난해 말 기준 합산 부채 비율은 122%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통합 발전사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할 경우 일반 기업의 채권 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 자금이 한전채로 쏠려 상대적으로 신용 등급이 낮은 일반 회사채나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자금 모집을 위해 높은 금리를 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