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 경제 공동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밀접한 협력을 넘어 유럽연합(EU) 수준의 경제 통합을 이뤄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31일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 회장은 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두 나라는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한일 경제 공동체는 여러 유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며 "서로의 시장을 연결하고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공동체를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향후 서로 전력을 융통할 수 있는 송전선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등을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EU 수준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 솅겐 협정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솅겐 협정은 EU 소속 국가들이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와 같은 국경 통과 절차 등을 면제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인공지능(AI) 사업에서도 일본과 여러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SK 그룹 차원에서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력 대상 기업으로는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을 꼽았다.

최 회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 두 나라 젊은 층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점이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양 측 모두에게 정치적 반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일본과 더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한국과 일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을 촉진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