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이 지대공 유도무기와 대(對)드론 체계를 앞세워 유럽 방공망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 주요 방산 기업들은 8일(현지 시각) 폴란드에서 개막하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International Defence Industry Exhibition)'에 참가해 주력 무기를 선보이며 유럽 방산 시장을 공략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스페인 방산 기업 인드라시스템즈과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은 직후라 국내 방산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한국 기업들은 2022년 MSPO에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경공격기 FA-50을 앞세웠다. 2023년부터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를 겨냥해 장보고함을 내세웠다. 올해 초점은 '한국산 대공 무기체계'다.
MSPO는 폴란드 중부 도시 키엘체에서 이날부터 11일까지 열린다. 1993년 시작된 MSPO는 프랑스 유로사토리, 영국 DSEI와 함께 유럽 3대 방산 전시회로 꼽힌다. 주최 측은 올해 35개국 8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관람객 4만명이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MSPO에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079550)(LIG D&A)가 복귀한다. 중동에서 인기를 끈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을 전면에 세운다. 한국산 다층 방공망의 핵심 무기체계다.
LIG D&A는 폴란드 정부에 다층 방공망 사업 제안을 준비 중이다. 중·장거리는 천궁Ⅱ와 L-SAM이 맡고, 단거리는 독일 라인메탈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가 담당하는 구조다.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는 MSPO 기간 라인메탈 부스에 전시된다. LIG D&A는 6월 프랑스 유로사토리 전시회에서 라인메탈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LIG D&A는 한국형 정밀 유도 폭탄(KGGB)도 함께 전시한다. KGGB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장착된 공대지 유도무기로,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투하할 수 있다. KGGB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경공격기 FA-50에 장착되는데, 폴란드는 FA-50 도입국이다.
LIG D&A가 폴란드에서 성과를 거두면 주변국으로 수요가 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동유럽권인 체코도 한국산 방공망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국방부 장관은 서울안보대화를 계기로 한국을 찾아 LIG D&A 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LIG D&A 관계자는 "유럽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도 방공망에 무게를 실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272210)은 274㎡ 규모의 통합 전시관을 꾸렸다. L-SAM과 함께 단거리 방공 체계인 H-쇼라드(SHORAD), H-실드를 내놓는다. H-쇼라드는 차륜형 장갑차에 기관포와 유도탄을 얹어 전투기와 헬기, 대전차 미사일을 막는 무기체계다. H-실드는 드론과 소형 비행체를 탐지·식별해 무력화한다. 대드론 분야에는 한화시스템의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도 있다. 레이저로 드론을 요격하는 장비다.
한화에어로는 무인 무기체계도 선보인다. 폴란드가 도입한 K9A1 자주포와 무인 상륙형 다연장 로켓, 무인 지상 차량이 연동되는 개념이다. 유인 자주포가 화력을 지원하는 동안 무인체계가 정찰하고 기동한다. 폴란드 무인 사업을 겨냥한 포석이지만, 핵심은 루마니아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루마니아는 무인지상차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K9 자주포 3차 계약도 함께 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31일 스페인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18일 K9 자주포로 미국을 뚫은 데 이어, 서유럽에 첫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현대로템(064350)은 폴란드용 K2 전차(K2PL)에 대드론용 재머와 능동방호체계(APS) 등 다층방호체계를 적용한 목업(전시용 모형)을 내놓는다. K2PL에 다양한 대드론 방어체계를 얹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현대로템은 APS의 국산화율을 높여 대전차 고폭탄까지 막고 소형 드론과 자폭 드론에도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선 무기 국산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폴란드 현지 기업들도 방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MSPO에는 폴란드에서만 수백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와 주변국 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에게도 기회"라고 했다.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현지에 생산 기반을 깔아온 한국 기업들이 이들과 부품 공급과 공동 생산으로 묶이면 유럽 우선주의 아래서도 함께 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