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아시아 주요 항구에서 선박 정시 도착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에서는 입항 지연 심화로 해상 운임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항 운영사인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 /SIPG

8일 덴마크 해운 분석 기관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주요 항구 14곳의 지난 7월 정시 도착률은 평균 43.5%로 전월 대비 13.9%포인트 하락했다. 입항이 예정된 선박 100대 가운데 약 43대만 예정 시간에 맞춰 입항했다는 의미다. 항구에 예정일보다 늦게 입항하는 선박들의 평균 지연일도 6.06일로 전월 대비 0.59일 늘었다.

이 영향으로 지난 7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정시 도착률도 전월 대비 6.1%포인트 하락한 56.4%를 기록했다. 화물을 싣거나 내리러 오는 선박 두 척 중 한 척은 예정된 스케줄을 맞추지 못한 셈이다.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정시 도착률 하락폭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해상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졌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한희정 한국해양진흥공사 과장은 "전 세계 정시 도착률은 보통 70% 수준으로 이이져 왔다"면서 "올해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 태풍 등 외생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 이례적으로 정시성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항구별 정시 도착률은 중국 상하이항이 21.0%로 가장 낮았다. 전월 대비 19.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중국 서커우항이 전월 대비 17.8%포인트 하락한 27.4%로 뒤를 이었다. 말레이시아의 클랑항은 전월 대비 6.6%포인트 하락한 33.3%, 중국 닝보항과 난사항은 각각 전월 대비 20.1%포인트와 12.2%포인트 하락한 34.6%, 35.4%를 기록했다.

부산항도 같은 기간 정시 도착률이 7.1%포인트 하락한 40.9%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칭다오, 옌톈 등의 항구도 지난달 입항 예정 선박의 절반 이상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정시 도착률이 70%에 가까웠던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과 베트남 붕따우항의 혼잡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 혼잡의 가장 큰 원인은 물동량 증가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화물을 최대한 빨리 보내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무역법 122조 기반의 10% 임시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세율이 더 높아지기 전에 화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높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해당 임시 관세가 만료되자 같은 법 301조를 기반으로 10~12.5%의 강제 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물동량 증가로 전 세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선 처리량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약 1억829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물동량이 늘면 항만에 선박이 몰려 입항과 접안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접안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선이 늘면서 전체 운항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정시 도착률이 낮아진다. 최근 여러 차례 태풍까지 겹치면서 항만의 출·입항 차질이 더 커졌다.

해운 분석 기관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항만에서 접안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선 선복량(선박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운송 능력)은 컨테이너선 전체 선복량의 10%가 넘는 431만TEU에 달했다. 대기 선박 중 51.4%가 북아시아에 집중​됐다.

이 영향으로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승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말부터 오름세로 전환해 8월 말에는 직전 주 대비 2.9% 오른 3509.53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2.9% 오른 수치다. 특히 미주 서안과 미주 동안으로 향하는 화물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씨인텔리전스는 아시아 주요 수출항에서 입항 선박의 절반 이상이 지연되는 상황이 해상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쳐 운임 인상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항만 혼잡에 따라 선복 공급이 제약되면서 주요 항로의 운임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