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비너스 유전'에 설치될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사업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대형 사업을 따내지 못하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한화오션 해양 플랜트 사업 부문이 수주에 성공해 반등 기반을 만들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7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나미비아 석유·가스 컨퍼런스'에서 비너스 유전 사업의 최종투자결정(FID)이 내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너스 유전 개발 사업은 지난 7월 FID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았만, 나미비아 정부와 개발사 프랑스 에너지 업체 토탈에너지스의 재정 조건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지 못해 한 차례 지연된 상태다.
이 사업은 나미비아 남부 해안의 약 3000m 수심의 해저에 최대 40개의 생산·주입정을 설치해 원유를 생산한 뒤 FPSO에서 원유를 처리·저장해 선박으로 하역하는 것이다. FPSO 설비의 생산 능력은 일일 15만배럴로 업계에서는 총 사업 규모가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토탈에너지스가 목표로 하는 비너스 유전의 첫 원유 생산 시점은 2030년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이 사업 입찰에 참여했으며, 네덜란드 해양플랜트 업체인 SBM 오프쇼어와 최종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 개발사인 토탈에너지스가 FID를 결정하면 FPSO 발주도 최종 확정되는 수순이다. 당초 예상보다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한화오션이 올해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을 따낼지도 불확실해진 상태다.
현재 한화오션 에너지플랜트 사업 부문은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중이다.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FPSO 'P-79′ 인도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이 반영된 결과였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기존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계약 조건 변경에 따른 추가 정산으로 인한 일회적 효과였다.
한화오션의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은 P-79 프로젝트 이후 신규 수주가 끊긴 상황이다. P-79는 지난 2021년 대우조선해양시절 시작한 FPSO 프로젝트다. 금융 시장에서는 대형 해양 플랜트 사업 수주가 멈춰 고정비 부담이 커져 한화오션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양 플랜트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에는 저탄소 표준 FPSO 설계 체계에 대해 노르웨이 선급 DNV으로부터 개념승인(AIP)를 받고, 미국 선급 ABS로부터 지속가능 실행계획(PSEP) 증명서도 확보했다. 토탈에너지스는 비너스 프로젝트 개발 사업에서 탄소 저감 조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 서아프리카 환경에 맞춘 표준 FPSO 개념설계에 대해 프랑스 선급(BV)의 승인을 받았고, 올해는 남미 지역에 특화된 표준 FPSO 기본설계(FEED)에 대한 선급 인증도 취득했다.
이번 수주 경쟁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수주 실적이 최종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사인 SBM은 FPSO 16기를 운영하고 있는 FPSO 전문 업체다. 토탈에너지스와도 이미 FPS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적 격차가 크지 않아 한화오션이 FPSO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SBM은 FPSO 표준 설계 기술을 보유 중이며, 협력 관계를 맺은 중국 조선소에 FPSO 선체 건조를 맡기고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SBM가 나미비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가격을 낮출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한화오션의 수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SBM 측은 지난달 진행된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나미비아 프로젝트 선점을 위해 낮은 마진을 감수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비너스 프로젝트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개별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하던 수익률을 낮추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이번 나미비아 FPSO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FPSO 설계 기간만 1년 반에서 2년 이상이 소요돼 매출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나미비아 프로젝트 등 FPSO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에너지 플랜트 사업부는 2027년까지 3170억원 적자를 기록하다 2028년에는 831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는 "FPSO는 수주를 해도 단기적인 적자는 불가피한데, 만일 수주 실적도 없다면 2028년 흑자 전망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