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루이암스트롱뉴올리언스국제공항에서 약 101㎞ 떨어진 도널슨빌시(市). 버스를 타고 양쪽으로 거대한 사탕수수밭이 펼쳐진 도로를 1시간 10분가량 달리자 풀숲 바닥에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G구역 입구'라고 적힌 작은 나무 표지판이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지분 80%)과 포스코그룹(20%)이 공동 투자해 미국에 처음 짓는 전기로 제철소의 건설 현장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땅 위로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흙먼지가 일었다. 제철소 건설을 주도하는 현대제철은 지난 2월부터 사탕수수밭이었던 737만㎡(약 223만평) 규모의 부지를 고르고 다지는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 도널슨빌시에 건설될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YUNDAI-POSCO Louisiana Steel)' 부지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고르고 다지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도널슨빌(미국 루이지애나주)=김남희 기자

드문드문 굴착기와 불도저, 이동식 발전기, 덤프트럭 등의 건설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기공식은 4일 열렸지만 본공사는 건설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약 2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29년 1분기에 전기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내고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HPLS 전기로 제철소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첫 철강 생산시설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자동차 강재를 현대차·기아의 미국 공장에 공급해 철강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철강 생산망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남부 조지아주에 기아 공장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지 철강 생산기지로 낙점된 곳이 미국 남부 지역의 산업 거점인 루이지애나주다. HPLS 전기로 제철소가 들어설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은 제철소의 핵심 입지 조건인 해상과 육상 물류 인프라를 모두 갖춘 요충지로 평가된다.

도널슨빌은 미시시피강 하류 구간에 위치해 있다. 미시시피강은 수심이 깊어 약 7만톤 규모의 파나막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다. HPLS는 사우스루이지애나항과 협력해 철강 원료와 제품을 운송할 심수 부두를 건설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대형 철도사의 노선이 지나 육상 운송도 유리하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시시피강은 수심이 깊어 파나막스급 선박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원료 수급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며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내에서 전기료와 천연가스 가격도 가장 저렴해 제철소 건설에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을 통해 미국 판매용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연산 270만톤 중 자동차용 물량이 180만톤으로, 현대제철은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미국 공장에 40만~80만톤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4일(현지 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 도널슨빌시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YUNDAI-POSCO Louisiana Steel)' 기공식이 열렸다. /도널슨빌(미국 루이지애나주)=김남희 기자

트럼프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리스크(위험)가 현대차그룹이 현지 제철소 설립을 결정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고율의 자동차·철강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비중을 높이고 현지에서 철강을 직접 생산하는 철강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5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 내 철강 조달의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연간 1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연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이 연 34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연 30만대 수준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준공된 HMGMA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 70만~80만대로 두 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MGMA 생산능력이 80만대로 확대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량은 연간 총 150만대로 50% 늘어난다.

HPLS 전기로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강판이 모두 현대차·기아 자동차에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공장에 공급할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국 내 완성차 기업들에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은 철강 수요에 비해 미국 내 생산량이 모자란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의 조강 생산량은 8200만톤으로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였다. 그러나 생산량이 수요에 못 미쳐 미국은 연간 2000만톤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 제품 위주의 판재류가 미국 전체 수입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저탄소 제품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완성차 회사들 사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