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개 발전 공기업을 합친 통합 발전사를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했다. 통합 발전사 본사는 기존 발전사 본사 건물을 활용하지 않고 새로 짓기로 해 지방자치단체 간 본사 유치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5개 발전 공기업 통합 방안을 추가로 공개했다. 정부는 전날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의 하나로 한전 자회사인 5개 발전 공기업을 '한국발전'(가칭)이란 이름의 단일 법인으로 합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5사(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사장들과 '에너지대전환 시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기후부는 삼일회계법인에 맡겨 진행한 연구에서도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 실행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 등의 측면에서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5개 발전사가 보유한 발전 설비 용량은 53GW(기가와트)로, 통합하면 세계 14위, 중국 회사들을 제외하면 세계 8위 발전사가 된다.

이날 기후부는 내년 9월 통합 발전사 법인 설립 등기와 임원 선임을 완료하고 10월 1일 공식 출범시킨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통합 발전사 구조는 본사에 재생에너지·정의로운 전환·안전기술·기획관리 등 4개 본부를 두고 별도로 3∼4개 지역 재생에너지 본부와 화력발전본부를 거느리는 형태를 제시했다.

현재 5개 발전사마다 사장과 감사가 있고 총 10명의 상임이사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 구상대로 통합 발전사가 구성되면 사장과 감사는 각각 1명, 상임이사는 본사 본부장 4명으로 줄어든다.

통합 발전사 본사 인원은 1800여 명으로 현재 5개 발전사 본사 인원(2400여 명)과 비교하면 600명 감소할 전망이다. 줄어드는 600명은 지역 재생에너지 본부에 분산 배치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지역 화력발전본부는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과 안전'을 고려해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석탄화력발전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필요한 경우 재생에너지 본부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통합 발전사 본사와 관련해 정부는 5개 발전사의 현재 본사 건물은 활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각 발전사 본사 건물은 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여서, 통합 발전사 본사가 들어가기에는 작다고 판단했다.

이에 통합 발전사 본사를 새로 짓고 소재지는 현재 전력 공기업 위치, 정의로운 전환에 미치는 영향, 정주·근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연계해 결정하기로 했다. 5개 발전사 본사는 충남 보령과 태안, 경남 진주, 부산, 울산에 있다.

통합 발전사는 현재 발전사들과 마찬가지로 한전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정부는 발전사를 통합하면, 현재 각 발전사가 따로 하는 연료 구매와 설비 투자 등을 일원화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을 대규모로 통합 개발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정부는 발전사 통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공기업에 맞춘 기업 결합 심사 기준이나 예외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전기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5개 발전사가 하나로 통합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발전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업 결합 심사를 면제한다는 방침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 분야에서 국가 공기업은 원래 기본적으로 독점"이라면서 공기업 공공성을 고려한 기업 결합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기업 결합 심사 면제 근거 등을 담은 특별법을 올해 정기국회 내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통합 발전사 설립 근거와 발전 사업 관련 인허가 의제, 기존 발전사 권리·의무·고용 계약 승계, 합병 절차 간소화, 조세 부담 완화 등을 위한 조항들도 담길 예정이다.

기후부는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발전 공기업 통합 준비위원회'를 이달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특별법이 제정돼 통합 추진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준비위 업무를 이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