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이 새로운 궤도형 자주포 도입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달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계약을 체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이번에도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차륜형 자주포는 포탑을 바퀴 차량에 얹은 형태를, 궤도형은 궤도 차량에 얹은 자주포를 각각 말한다.
두 사업이 별개로 진행되지만,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형태의 자주포이든 포탑은 K9A2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차륜형 사업에서 한 차례 검증도 받았던 만큼,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4일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 등에 따르면 미 육군 화력획득부는 지난달 31일 궤도형 자주포(MTC-T) 도입 사업의 정보요청서(RFI)를 공고했다.
RFI는 무기체계 도입에 앞서 각 업체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문서다. 사업 시작을 알리는 개념으로 통한다. 업체들이 각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면 미 육군이 후보군을 추린다. 이후 입찰이 시작된다. 이 사업은 M109A7 팔라딘 자주포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육군은 이번 사업의 목적을 '기갑부대 운용을 위한 155㎜ 궤도형 자주포 도입'이라고 적었다. 기존 차륜형 자주포 사업(MTC-W)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미 육군이 RFI에 다양한 요구 사항을 담았다. 포 체계부터 자주포와 탄약의 성숙도, 다른 부품과의 공용성, 향후 기술 개량 계획 등 무기체계 성능은 물론 미국 생산 방안 및 미국 생산 시 소요 기간 등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안전·적합성이 확인된 미 육군 탄약 사용 등도 명시했다.
경쟁 구도는 차륜형 자주포 사업 때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를 비롯해, 미 육군이 운용 중인 M109 계열 자주포 생산 기업인 영국 BAE 시스템즈, 독일 라인메탈,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RFI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만큼, 미군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파악 중"이라면서 "사업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는 궤도형 자주포 사업에서 신형 자주포인 K9A2를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인 자주포가 다수의 무인 자주포와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체계 K9A3로 가는 징검다리 모델이다.
K9A2는 승무원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자동 장전·발사가 가능한 포탑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원격 사격 통제까지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K9A2의 포탑을 차량에 얹은 것이 미 육군이 지난달 시제품으로 도입한 K9MH다.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K9A2의 차륜형 자주포 사업에서 한 차례 검증을 받았던 데다, 이번 RFI에 탄약 보급 차량이 명시돼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탄약 운반차량과 함께 운용되는 자주포는 BAE 시스템즈의 아처 정도다. 이는 자동 장전이 아니라 운반 차량에서 탄약을 꺼내 사람이 포탑에 적재하는 형태다.
반면 한국의 K10 탄약 운반차량은 K9 자주포 후미의 탄약 적재대에 운송기를 직접 연결해 보급하는 개념이다. 한화에어로는 K10의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포탄공급장치와 장약분리장치를 별도로 두는 게 핵심이다.
현재 K9 자주포는 사거리에 맞춰 사람이 장약을 분류한다. K9A2부터는 컴퓨터가 이를 대체한다. 이로 인해 K10도 포탄과 장약을 별도로 공급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현지 시설을 마련할 발판도 마련한 상태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 현지화 계획의 일환이다.
K9MH 시제품도 이 공장에서 조립된다. 아칸소주에는 탄약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양산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공장 건설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진출이 의미 있는 건 미군이 전 세계에 나가 있어서다. 단순 수출을 넘어 유지·보수·정비(MRO)와 성능 개량, 후속 무기 도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 방산 관련 중견기업의 대표는 "미국은 MRO나 부품 등의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조금씩 열리는 미군 시장이 한국 방산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