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공기 기장 자격증 관련 요건 변경 적용을 유예할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올해 말부터는 전문교육기관(ATO)을 도입해 기장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업계 반대에 부딪히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 및 항공기 제작사, 조종사들과 운송용 조종사 전문교육기관(ATO) 지정 기준 관련 회의를 열고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ATPL) 취득 요건 변경을 3년 유예하는 부칙을 달겠다고 밝혔다.
올해 11월부터 ATPL 취득을 위해서는 ATO 교육을 받도록 규칙을 바꾸지만, 2029년까지는 기존 방식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은 민간 항공사에서 기장 승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자격이다.
지금까진 상업용 조종사 면허(CPL)를 취득한 조종사가 민간 항공사에 입사해 실제 조종 업무를 하면서 비행 시간(1500시간 이상) 요건 등을 충족한 뒤 간단한 필기·구술 시험 등으로 ATPL을 취득해왔다.
국토부는 미국·유럽이 ATO를 통해 ATPL 교육을 시행하는 만큼 이에 맞추기 위해 요건 변경을 추진 중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안전종합평가프로그램(USOAP) 시행 전까지 ATO 기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ATPL 취득에 ATO 관련 과정 이수가 요구될 경우, 조종사 1명당 교육 이수와 평가에 97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ATPL 취득을 위한 필기·구술 시험 비용은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CPL 면허를 취득한 조종사 수는 5947명이다. 이 가운데 약 32.5%(1935명)가 ATPL을 취득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ATPL을 취득하지 않은 조종사들이 모두 ATO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미국과 유럽은 프로펠러 항공기 조종사들이 대형 제트기를 운항하기 위해 ATPL을 취득하는 반면, 국내 조종사들은 CPL 취득 이후 항공사에 입사해 교육을 받고 곧바로 대형 제트기 운항 경력을 쌓는 만큼 ATO에서 중복된 교육을 받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TO에서는 항공법규, 운송용항공기 일반 지식 및 특성, 비행 성능과 비행 계획 및 탑재 균형, 항공기상학, 항법, 운항절차 등 일반적인 과목부터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모의비행장치(FFS)로 실기 교육도 이뤄진다.
국토부는 제도 신설에 따라 항공사와 ATO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유예 기간을 3년 두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업계 반발을 수용해 현재 ATPL을 취득하지 않은 부기장들이 현행 방식대로 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또 비용 부담 지적과 관련해서도 항공사 내에서 받는 교육 과목과 ATO 교육 과목이 중복되는 경우 이를 이수한 것으로 일부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평가 방식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실효적인 비용 절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항공사 기장은 "국토부가 상당 부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ATO 지정 기준과 ATPL 요건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비용 부담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평가 방식 등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 있는 방침은 숙제인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