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GS, 포스코에 이어 한화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는 전세계 LNG 발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또 직수입한 LNG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자사 사업장의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해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목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1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항공 우주·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에 LNG 사업 컨트롤타워를 역할을 하는 한화호라이즌 USA를 설립했다. 한화호라이즌 USA는 LNG 조달과 트레이딩에 주력하며, 오는 2029년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한화에너지의 여수LNG발전소에서 쓰일 연료를 미국에서 공급하는 역할도 맡을 계획이다.
현재 LNG 사업을 하는 기업은 SK그룹, GS그룹, 포스코그룹 등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이노베이션 E&S로 해외 가스전 개발부터 LNG 직수입, LNG 터미널 운영, 발전소 가동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부터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지분 37.5%를 확보, 올해부터 LNG 130만t(톤)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또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위례열병합발전소와 하남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광양·파주·여주에 LNG 발전소를 두고 전력을 공급 중이다.
SK가스는 LNG·LPG(액화석유가스) 겸용 복합화력발전소인 울산GPS를 운영 중이다.
GS그룹은 LNG 직수입과 저장·발전 사업을 한다. GS에너지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LNG를 직수입하고 보령 LNG 터미널을 보유·관리한다. 국내 최초의 민간 발전사업자인 GS GPS는 충남 당진에서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GS파워는 직수입한 LNG를 활용해 안양과 부천에서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 탐사·생산·직수입·터미널 운영·발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와 호주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 중이다. 또 LNG 저장 창고인 광양 LNG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 LNG 복합화력발전소도 운영한다. 직수입한 천연가스 일부는 포항과 광양 제철소의 조업용 연료와 자가발전용으로도 공급한다.
여러 기업들이 LNG 사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LNG 직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LNG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LNG 수입 물량 중 민간이 직수입한 비중은 26%였다. 전년 대비 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직수입한 LNG 물량 역시 전년 대비 1.7% 증가한 1244만t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LPG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글로벌 LNG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은 최근 발표한 '2026 LNG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LNG 수요가 2050년까지 연간 약 7억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 LNG 거래량보다 약 65% 증가한 규모다.
LNG 수요는 최근 AI 시장 팽창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AI용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2년 기준 약 460테라와트시(TWh)에서 올해는 최대 1000TWh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사실상 LNG가 유일하다. 원자력발전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나,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안으로 여겨지는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빨라도 2031년이 돼야 미국 SMR 개발사가 1호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LNG 발전소 등 고정적인 수요처가 있으면 1년 필요량을 예측할 수 있어 대규모 판매자와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직도입하는 LNG 가격이 한국가스공사에서 도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직도입 물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등 여러 국가들이 최근 환경 문제로 인해 석탄 발전을 LNG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LNG 발전 운영 노하우만 있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