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셀·모듈 기업들이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 이익을 누리며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사이, 정작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제품에 점령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제품과 공급망을 대상으로 수입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한화큐셀이 올해 5월 완공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소재 태양광 발전소(50MW). /한화큐셀 제공

◇韓 태양광 셀 수출, 90% 껑충… 전부 미국으로

29일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올해 1~7월 태양광 셀 수출 금액은 4억8814만9000달러(약 67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태양광 셀 대부분은 미국으로 판매됐다.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으로 수출된 태양광 셀은 4억8381만1000달러(약 6690억원) 규모로, 전체 수출의 99%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공급망을 겨냥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자,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 비(非)중국산 공급망 등을 내세워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솔루션은 국내 태양광 생산 거점인 충북 진천 공장의 상반기 태양광 셀 부문 가동률이 90%대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진천 공장에서 만든 태양광 셀 전량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 솔라허브로 보낸다.

솔라허브는 연간 8.4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을 갖춘 단지다. 북미 지역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기초 소재부터 완제품 모듈까지 만드는 곳으로 꼽힌다.

미국 판매가 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4823억원, 영업이익은 1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168%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54.7%였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2분기 역대 최대 이익을 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650억원,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139.8% 증가했다. 특히 대미 매출이 크게 늘어 지역별로 미국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OCI홀딩스는 미국 태양광 사업 지주사인 OCI엔터프라이즈가 5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매각한 덕분에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솔라허브에 공급하며 비중국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12월부터 폴리실리콘과 파생 상품에 대해 관세 15%와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하는 무역 조치를 시행하면, 한국 기업에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정 가격 이하의 저가 수입을 막는 최저수입가격이 적용되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서남부 어얼둬쓰시의 쿠부치 사막에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다라터 태양광 발전 기지. /바오터우시 제공

◇중국산에 잠식된 국내 태양광 시장

반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중국 기업들에 잠식된 모양새다. 한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셀의 9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다.

올해 1~7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태양광 셀의 전체 규모는 7973만5000달러(약 110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0.8% 증가했다. 이 중 중국에서 수입된 태양광 셀이 91%를 차지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 태양광 시장은 무역 규제가 없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내 태양광 셀과 모듈 중 중국산 비율은 각각 약 95%,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대중 외교를 고려해 제재가 어려운 점 등이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국산 제품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종성 경상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중국 대비 한국은 태양광 설치량이 턱없이 작고 대부분 소규모로 설치하다 보니 저렴한 중국 제품을 많이 쓴다"며 "정부 과제나 대규모 설치에선 국산 제품을 섞어 쓰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내 기업이 중국과 단가로 경쟁하긴 어렵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아니라면 생존이 어렵다"며 "정부 사업이나 대규모 발전 사업에선 국산 제품을 쓰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