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배터리용 동박 제조사들이 최근 잇따라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북미에서 비(非)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동박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럽 전기차 시장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박은 얇은 구리막으로 이차전지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데 사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C의 동박 제조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올해 2분기 매출이 254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매출은 1942억원으로 전분기(1598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전지박 부문 매출은 75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 늘었다.
동박 3사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북미와 유럽 고객사를 중심으로 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FE)에서 조달할 경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대규모 배터리용 동박 생산 능력을 갖춘 곳은 한국 업체들 뿐이다.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각 사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넥실리스의 공장 가동률은 1분기 69.6%에서 2분기에는 75.7%로 뛰었다. 같은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공장 가동률은 66.6%에서 72.1%로, 솔루스첨단소재의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47%에서 67%로 각각 상승했다.
동박 3사는 하반기 들어 공장 가동률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245만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고, 배터리 탑재량(131GWh)도 29% 늘었다.
비중국산 전지용 동박에 대한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말레이시아 공장이 풀캐파(최대 생산 능력)에 들어갈 정도로 수요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6공장의 가동 시점을 내년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연내 캐나다 전지박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 가동에 들어가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북미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하반기 공장 가동률은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수주 증가로 적자 폭이 줄고 있지만, 영업이익 흑자 전환은 내년 들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ESS용 배터리 동박은 납품이 늘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보다 수익성이 낮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해 2분기 영업 손실은 1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45% 줄었다. SKC의 2분기 영업 손실은 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영업 손실은 21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배터리셀 제조사에서 전지박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며 "ESS 시장 성장에 더해 하반기에는 동박 판가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