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찾은 아르헨티나 살타주(州) 구에메스.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포스코아르헨티나와 중국 간펑리튬의 공장이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곳 모두 안데스 고지대 염호에서 추출한 리튬을 가공하는 공장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광권뿐 아니라 공장을 돌릴 사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숙련 직원에게는 기존 급여의 1.5배, 많게는 2배를 제시해 영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네요.
리튬은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핵심 원료입니다. 리튬이 녹아 있는 소금 호수가 몰린 아르헨티나 북서부에는 세계 기업의 생산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살타주에서만 지난 2년 새 프랑스 에라메트와 포스코, 간펑 리튬 공장 등이 잇따라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공장은 빠르게 늘었지만, 숙련 인력 채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포스코아르헨티나 관계자는 "공장을 지을 때 간단한 용접이나 볼트 체결을 맡길 기능 인력조차 찾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근무 환경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금 호수에서 리튬 원료를 퍼 올려 농축하는 현장은 해발 약 4000m에 있습니다. 공기 중 산소가 평지의 60% 수준이라, 직원들은 고산 적응 절차를 거친 뒤 통상 2주씩 현장 캠프에서 숙식하며 일합니다.
이 같은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고 리튬 공정까지 익힌 경력자는 새 공장을 돌리려는 업체 입장에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귀한 인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포스코아르헨티나의 한 주재원은 "어렵게 뽑아 1년 넘게 가르쳤는데, 교육을 마친 후 경쟁사로 옮겨가는 일이 잦아 속이 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외지에서 직원을 데려오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살타주 광업진흥법은 광산 기업과 하도급업체가 광산 소재 지역과 살타주 주민을 우선 채용해 전체 인력의 60% 이상을 채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광산 개발이 지역 일자리로 이어지게 하려는 목적이죠. 한정된 현지 인력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택한 방법은 '교육'입니다. 지난달 구에메스 하공정 공장 안에 직업훈련 시설인 '테크센터'를 열었습니다. 광업 기업이 직접 교육장을 낸 것은 이 일대에서 처음이라고 합니다.
포스코와 현지 진출 한국 기업 직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섰고, 인근 기술학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학생들이 선발돼 와 현장에서 쓰는 자동화 설비로 2주간 배관 가공과 용접, 전기 결선 등을 배웠습니다. 최우수 교육생은 수료증을 받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역 학교장들과 살타주 교육 부차관도 공장 교육장을 찾아올 만큼 반응이 좋아, 가르치던 직원들이 오히려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외국 기업의 자원 개발이 채굴과 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기술 축적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편이 반갑습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로선 지역의 기능 인력층이 두터워질수록 앞으로 공장을 운영할 사람을 구하기가 수월해집니다.
리튬 광업권을 확보하고 수조원을 들여 공장을 세워도, 안정적으로 돌릴 사람이 따라붙지 않으면 생산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직원 623명 중 560명이 현지 인력이라고 합니다. 주재원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만큼, 현지 직원을 관리자급으로 키워내는 일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건실한 직원을 어떻게 뽑고 길러내는지, 이들을 얼마나 지키는지가 아르헨티나 소금 호수를 둘러싼 각국 자원 전쟁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