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에 따른 조종사 서열 제도(시니어리티)와 관련한 대한항공의 노사 갈등이 자체 해결되지 못하고 노동위원회로 가게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앞서 총회를 통해 쟁의행위안을 가결해 둔 만큼 노동위원회에서도 사측과 합의하지 못하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목표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조종 직군의 경우 내부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면서 합병 직전 파업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 전 지원'을 신청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6차례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되면서다.
조정 전 지원은 정식 조정 절차에 들어가기 전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노위의 도움을 얻는 제도다. 지노위는 이 과정에서 교섭 주선이나 권고안 또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조정 전 지원은 본 조정과 달리 개시에 노사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한항공은 아직 개시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 20~30일의 시한이 있는 본 조정과 달리 별도 시한이 없어 언제든 동의할 수 있다.
다만 노조는 앞선 교섭 과정에서 큰 입장 차를 확인한 만큼, 이번 주 내로 사측이 조정 전 지원 개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본 조정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노사는 '시니어리티의 교섭 안건 포함' 부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자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시니어리티 변경은 단체협약 대상이므로 반드시 안건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니어리티는 기장 승급과 연봉 및 직급·보상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대한항공이 조종사 채용 기준이 다른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비행 1000시간부터 조종사 입사 자격이 주어지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300시간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시니어리티를 입사일(민간 조종사)과 전역일(군 출신 조종사)을 기준으로 세운다는 방침인데, 노조는 입사 자격부터 다른 두 회사의 시니어리티를 그렇게 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앞서 체결한 단체협약에 시니어리티는 노사 합의로 정한다는 규정이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안(노란봉투법)에 따르더라도 근로자 지위 변경은 쟁의행위 대상인 만큼 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사측은 시니어리티는 사측 인사권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 노사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 협상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내부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고, 노사가 시니어리티 문제를 빼고 해당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시니어리티 문제를 2026년 임단협에서 논의할 것을 합의하라고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조정 전 지원 신청이 이뤄지게 됐다.
노조는 지난 4월 초 정기 총회에서 쟁의행위 찬반 표결을 진행해 조합원 80%의 찬성을 얻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나선 상태다. 이번 주 내 조정 전 지원이 개시되지 않고 본 조정 절차가 진행되면 30일 내에 조정이 성립해야 한다.
여기서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 불성립으로 절차가 종료되고 노조가 파업권을 얻게 된다. 이르면 10월 중 파업을 벌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니어리티는 회사 고유의 인사권인 데다, 조종사노조가 주장하는 시니어리티안은 통합 후 직원간 화합과 안전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며 "조종사노동조합 측 조정 전 지원 신청 건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며, 이와 별개로 노조와 지속 소통할 계획"이라고 했다.